토사자와 복분자는 정말 '정자에 좋은 약쌍'일까?

2026. 9. 19. 14:34한약재 올바르게 알기

토사자와 복분자는 정말 '정자에 좋은 약쌍'일까?

먼저 '복분자'가 어느 식물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번 조합은 약효보다 이름부터 조심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복분자라고 하면 흔히 복분자딸기(Rubus coreanus)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중국 약전과 오자연종환 연구에서 Fupenzi로 자주 사용되는 것은 Rubus chingii입니다.

둘은 같은 Rubus 속이지만 같은 식물이 아닙니다.

따라서 중국의 Rubi Fructus 연구를 한국 복분자딸기에 그대로 옮기거나, 한국 Rubus coreanus 연구를 Rubus chingii 약재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차이부터 무시하면 토사자+복분자 배합 연구는 시작부터 흔들립니다.


1. 토사자와 복분자가 가장 자주 함께 보이는 곳은 '두 약 처방'이 아니다

토사자 씨(토사자·Cuscutae Semen)와 복분자 계열 열매는 오자연종환(Wuzi Yanzong prescription)에 함께 들어갑니다.

하지만 오자연종환은 두 약재 처방이 아닙니다.

대표 구성은 구기자, 토사자, 오미자, Rubus chingii 열매, 차전자 다섯 약재입니다.

따라서 오자연종환 전체에서 정자운동성이나 산화스트레스가 개선됐다고 해도 그 효과가 토사자+복분자 두 약재에서 나왔다고 분리할 수 없습니다.


2. 복분자딸기 단독 연구에서는 정자 지표가 실제로 변했다

Oh 등은 2007년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서 한국의 Rubus coreanus 미성숙 열매 추출물을 8주령 수컷 Wistar 쥐에게 1.0 g/kg/day로 56일간 경구투여했습니다.

그 결과 고환 무게, 부고환 정자수, 정자운동성이 대조군보다 증가했으며 spermatogenesis와 관련된 CREM의 mRNA와 단백질 발현도 증가했습니다. Oh MS et al.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07;114(3):463-467.

이것은 한국 복분자딸기의 흥미로운 전임상 결과입니다.

하지만 토사자와 함께 사용한 연구는 아닙니다.


3. 토사자 역시 별도의 고환 독성 모델 연구가 있다

김성훈·최종원은 2011년 동의생리병리학회지에서 ketoconazole로 고환손상을 유발한 수컷 쥐에서 토사자 물추출물의 보호효과를 평가했습니다.

토사자 추출물은 100 또는 200 mg/kg으로 26일간 경구투여했고, 이후 ketoconazole 100 mg/kg을 5일 동안 투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Kim SH, Choi JW.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011;25(3):417-424.

이 역시 토사자 단독의 생식계 연구입니다.

따라서 복분자 단독 연구와 토사자 단독 연구를 나란히 놓는다고 토사자+복분자의 시너지가 되지는 않습니다.


4. 오자연종환 연구를 보면 오히려 '다섯 약의 문제'라는 사실이 더 선명하다

오자연종환 전체를 UPLC-ESI-LTQ-Orbitrap-MS로 분석한 연구에서는 106개의 화합물이 동정 또는 잠정 동정됐습니다.

그중 토사자에서 10개, Rubi Fructus에서 33개를 포함해 각 구성약에서 서로 다른 성분군이 확인됐습니다.

즉 오자연종환을 통해 얻은 효과는 토사자 flavonoid, Rubus terpenoid, 오미자 lignan, 구기자 성분, 차전자 성분이 모두 들어간 결과입니다.

두 약재만 떼어내 설명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5. '항산화'라는 말도 생식능력과 같은 뜻이 아니다

남성 생식 연구에서는 oxidative stress가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항산화능 증가, 정자운동성 증가, 자연임신률 증가, 출생률 증가는 서로 다른 수준의 결과입니다.

특히 동물의 정자수나 CREM 발현이 개선된 자료를 사람의 난임 치료효과로 바로 확대하면 안 됩니다.


6. 이번 약쌍은 근거가 약해서 오히려 중요한 사례다

토사자와 복분자는 전통적으로 같은 생식계 처방에 들어갑니다.

각 약재의 단독 전임상 자료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찾는 것은 토사자 단독, 복분자 단독, 토사자+복분자의 직접 비교입니다.

여기에 공동탕전 chemistry, PK, 정자기능, 산화스트레스, 호르몬, 독성까지 연결돼야 비로소 배합원리를 이야기하기 좋습니다.

현재는 그 사슬이 충분히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임상에서 설명한다면 '남성 난임 보약'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임상적으로 환자에게 설명한다면 저는 토사자와 복분자를 "정자수를 늘리는 천연 보약"이라고 설명하지 않는 편이 정확하다고 봅니다.

난임에서는 정액검사뿐 아니라 호르몬, 정계정맥류, 감염, 유전적 요인, 여성측 요인 등 여러 원인을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Rubus coreanusRubus chingii를 구분하지 않은 연구 인용은 피해야 합니다.


이번 편은 두 가지 문제가 겹쳐 있습니다. 하나는 다른 여러 약쌍 글에서도 봤던 문제 — 단일약재 논문 두 편을 합친다고 약쌍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번 편에서 처음 제대로 짚은 문제로, 애초에 어느 식물을 가리키는 약재명인지부터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첫 번째 문제보다 더 근본적입니다. 배합의 근거를 따지기 전에, 그 배합이 정말 같은 두 약재를 가리키는지부터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일약재 자료와 다섯 약 처방 자료는 있지만, 토사자+복분자라는 두 약재만의 직접적인 배합근거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굳이 등급을 매기면 D에서 C 사이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편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같은 처방 안에 함께 들어간다는 사실은 두 약재 사이의 시너지가 증명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기억해야 합니다. 약재명이 같아 보여도 식물 종이 다르면 연구근거도 달라집니다.


참고문헌

  1. Oh MS, Yang WM, Chang MS, Park W, Kim DR, Lee HK, Kim WN, Park SK. Effects of Rubus coreanus on sperm parameters and cAMP-responsive element modulator (CREM) expression in rat testes.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07;114(3):463-467. DOI: 10.1016/j.jep.2007.08.025. PMID: 17889470.

  2. Kim SH, Choi JW. Protective Effects of Water Extract from Cuscutae Semen on Ketoconazole-Induced Oxidative Stress in Testicular Damage Male Rats. 동의생리병리학회지. 2011;25(3):417-424.

  3. Chen Z, et al. Wuzi Yanzong prescription from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for male infertility: a narrative review. Journal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2023. PMID: 36994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