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9. 09:00ㆍ한약재 올바르게 알기
무씨(나복자)가 인삼 진세노사이드의 AUC와 장 흡수에 미치는 영향을 약동학으로 분석해 보면
인삼을 먹으면 인삼 속 사포닌이 그대로 몸 안으로 들어가 약효를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 과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인삼뿌리(인삼·Panax ginseng)에 들어 있는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는 장에서 흡수되고, 일부는 장내미생물에 의해 다른 물질로 변환되고, 일부는 장상피세포에 들어갔다가 다시 장 안으로 배출되기도 합니다.
여기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우씨, 즉 무씨(나복자·萊菔子, Raphani Semen)를 함께 사용하면 일부 진세노사이드의 체내 이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전통 본초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인삼과 무씨를 함께 사용하면 인삼의 보하는 작용이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해 왔습니다. 이를 칠정에서는 상오(相惡)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야기합니다.
현대 약리학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실제 동물실험에서 인삼과 무씨를 함께 사용하자 인삼의 대표적인 진세노사이드 Rg1, Re, Rb1, Rd의 혈중 노출량이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장세포 실험에서는 무씨 추출물이 Rg1, Re, Rb1, Rb2, Rc, Rd의 장상피 배출, 즉 efflux를 증가시키는 방향까지 관찰됐습니다.
그렇다면 무씨가 인삼 사포닌을 직접 파괴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포닌은 그대로 있지만 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요?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AUC라는 개념부터 알아야 합니다.
1. 인삼 연구에서 왜 Rg1·Re·Rb1·Rd를 측정할까?
인삼에는 진세노사이드가 한두 종류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Rg1, Re, Rb1, Rb2, Rc, Rd를 비롯한 여러 진세노사이드가 존재합니다.
이 가운데 2019년 인삼-무씨 약동학 연구에서는 Rg1, Re, Rb1, Rd 네 가지를 지표성분으로 선택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쥐에게 인삼을 단독으로 투여한 경우와 인삼+무씨를 함께 투여한 경우를 비교한 뒤 UPLC-MS/MS를 이용해 혈액 속 네 진세노사이드의 농도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이런 실험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삼 전체의 약효를 혈액검사 하나로 직접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대표적인 진세노사이드가 몸속에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비교하면 무씨가 인삼의 약동학을 변화시키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AUC란 무엇일까?
약동학 논문을 읽으면 가장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AUC입니다.
AUC는 Area Under the Curve의 약자로 혈중농도-시간 곡선 아래 면적을 뜻합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성분을 먹은 뒤 일정 시간 동안 우리 몸이 그 성분에 총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성분이 잠깐 높은 농도로 올라갔다가 금방 사라질 수도 있고, 비교적 낮은 농도로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시점의 혈중농도만 보는 것보다 시간 전체를 합친 AUC를 보면 체내 총노출량을 비교하기 좋습니다.
이를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삼 섭취
↓
진세노사이드 장 흡수
↓
혈액으로 이동
↓
시간에 따른 혈중농도 변화
↓
그 농도-시간 곡선의 전체 면적
↓
AUC
따라서 같은 양의 인삼을 먹었는데 AUC가 낮아졌다면 몸이 해당 진세노사이드에 노출된 총량이 감소했다는 뜻입니다.
3. 실제로 무씨를 같이 사용했더니 AUC가 낮아졌다
2019년 Chinese Herbal Medicine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인삼을 단독으로 투여한 쥐와 인삼+무씨를 함께 투여한 쥐를 비교했습니다.
측정 대상은 Rg1, Re, Rb1, Rd였습니다.
연구 결과 인삼 단독군의 네 진세노사이드 AUC₀–₁₂h가 인삼+무씨 병용군보다 높았습니다.
즉 무씨를 함께 투여했을 때 Rg1, Re, Rb1, Rd 네 성분 모두에서 혈중 총노출량이 감소하는 방향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인삼 단독
↓
Rg1·Re·Rb1·Rd 흡수
↓
상대적으로 높은 혈중 노출
그런데
인삼 + 무씨
↓
네 진세노사이드의 AUC₀–₁₂h 감소
↓
진세노사이드의 전신노출 감소
↓
인삼의 일부 약리작용이 약해질 가능성
이 연구에서는 항피로 실험도 함께 진행했는데 무씨 병용군에서 인삼의 항피로 작용이 약해지는 방향도 관찰됐습니다. 연구자들은 약동학 변화와 약리효과 감소가 연결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4. 그렇다면 무씨가 진세노사이드를 화학적으로 파괴한 것일까?
여기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설입니다.
인삼과 무씨를 함께 사용하면 무씨 속 성분이 Rg1이나 Rb1을 직접 분해해서 혈중농도가 떨어지는 것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공동탕전 연구에서는 인삼과 무씨를 같이 달였을 때 일부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단독 추출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고, 2019년 연구에서도 이러한 선행연구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혈중 AUC가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진세노사이드가 탕전 중 파괴됐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혈중노출이 감소하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처음 탕액에 들어 있는 성분 자체가 감소했을 수도 있고, 장에서 흡수가 떨어졌을 수도 있으며, 장세포가 다시 밖으로 배출했을 수도 있고, 간에서 더 빠르게 대사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에서는 장상피 자체를 조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5. 2024년에는 장세포에서 직접 확인했다
2024년 Journal of Asian Natural Products Research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사람 장상피세포의 특성을 연구할 때 널리 사용하는 Caco-2 세포모델을 이용했습니다.
이번에는 2019년보다 더 많은 여섯 가지 진세노사이드를 조사했습니다.
Rg1, Re, Rb1, Rb2, Rc, Rd입니다.
연구 결과 무씨 추출물을 함께 처리했을 때 이 진세노사이드들의 efflux rate가 증가했으며, 특히 무씨 농도가 높아질수록 이런 현상이 뚜렷해지는 방향이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무씨가 진세노사이드의 장 흡수를 억제할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결과로 해석했습니다.
6. Efflux는 무엇일까?
Efflux는 밖으로 흘려보낸다는 뜻입니다.
장세포에 약 성분이 들어왔다고 해서 그 성분이 모두 혈액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성분은 장상피세포에 들어온 뒤 다시 장 안쪽으로 배출될 수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장세포는 단순한 문이 아니라 입구와 출구가 동시에 있는 검문소 같은 구조입니다.
진세노사이드
↓
장 안
↓
장상피세포로 이동
↓
일부는 혈액 방향으로 이동
하지만
일부는 다시 장 안으로 배출
↓
efflux
입니다.
따라서 efflux가 증가하면 장세포까지 들어온 성분 가운데 혈액 쪽으로 넘어가는 양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2024년 연구 결과를 여기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삼 진세노사이드
↓
장상피 진입
↓
무씨 추출물 병용
↓
진세노사이드 efflux 증가
↓
장 안으로 되돌아가는 비율 증가
↓
최종 장 흡수 감소 가능
↓
혈중 진세노사이드 노출 감소 가능
이 기전은 2019년 동물실험에서 관찰됐던 AUC 감소와 방향이 잘 맞습니다.
7. Caco-2 세포는 무엇이며 왜 사용하는 걸까?
Caco-2는 원래 사람 대장암에서 유래한 세포주입니다.
그런데 일정 기간 배양하면 사람 소장의 장상피와 유사한 장벽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의약품과 천연물의 장 흡수 연구에 널리 사용됩니다.
연구자들은 한쪽에 약 성분을 넣고 반대편으로 얼마나 이동하는지를 측정하면서 해당 성분의 장투과성을 추정합니다.
따라서 Caco-2 연구는 특정 약물이 장에서 잘 흡수될 가능성이 있는지, 또는 반대 방향의 배출이 강한지를 분석하는 데 유용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사람의 장에는 장내미생물, 담즙, 소화효소, 점액층, 면역세포, 혈류 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Caco-2에서 efflux가 증가했다고 해서 실제 사람에게서 혈중 AUC가 같은 비율로 감소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Caco-2는 중요한 기전모델이지 사람 전체를 그대로 복제한 실험은 아닙니다.
8. 그러면 P-gp가 진세노사이드를 밀어내는 것일까?
약물의 efflux를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P-glycoprotein, 즉 P-gp가 떠오릅니다.
P-gp는 장상피를 비롯한 여러 조직에서 약물과 이물질을 세포 밖으로 운반하는 대표적인 ATP 의존성 수송체입니다.
일부 진세노사이드와 그 대사체가 P-gp와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현재 인삼+무씨 연구 결과만을 근거로 무씨가 P-gp를 활성화해서 Rg1이나 Rb1을 밖으로 밀어낸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2024년 연구에서 직접 확인된 핵심은 무씨 추출물이 여섯 진세노사이드의 efflux를 증가시키고 흡수를 억제하는 방향을 나타냈다는 것입니다. 어떤 특정 수송체가 중심인지, 무씨의 어떤 단일성분이 그 수송체를 조절하는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현재 가장 정확한 표현은 무씨가 진세노사이드의 장상피 수송을 변화시킨다는 것입니다.
P-gp가 범인이라고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9. 무씨의 어떤 성분이 이런 변화를 일으킬까?
무씨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sinapine이 있고 glucosinolate 계열인 glucoraphenin과 glucoraphanin 등이 존재합니다. Glucosinolate는 식물의 myrosinase나 장내미생물에 의해 isothiocyanate, thiocyanate, nitrile 등의 물질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무씨에는 flavonoid와 지방산 등 다른 성분군도 존재합니다. 기존 성분 리뷰에서는 sinapine을 주요 alkaloid 계열 성분으로, glucoraphenin을 대표적인 glucosinolate 중 하나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후보는 여러 개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과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점은 현재의 직접적인 장수송 연구가 무씨 전체 추출물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즉 현재 근거로는 sinapine이 진세노사이드 efflux를 일으킨다거나 glucoraphenin이 Rb1 흡수를 차단한다고 특정해서 말할 수 없습니다.
실제 원인성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10. Sinapine이 범인이라는 설명이 위험한 이유
블로그나 건강정보에서는 복잡한 현상을 하나의 성분으로 설명하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삼에는 진세노사이드가 있고 무씨에는 sinapine이 있으니 sinapine이 인삼 사포닌을 억제한다고 쓰면 매우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해하기 쉽다는 것과 과학적으로 맞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 확인된 사실은 크게 세 단계입니다.
첫째, 인삼과 무씨를 같이 투여한 쥐에서 Rg1·Re·Rb1·Rd의 혈중 AUC가 감소했습니다.
둘째, 무씨 추출물은 Caco-2 모델에서 Rg1·Re·Rb1·Rb2·Rc·Rd의 efflux를 증가시켰습니다.
셋째, 무씨에는 sinapine과 여러 glucosinolate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세 사실을 합쳐 sinapine이 해당 efflux를 일으킨다고 결론 내리는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아직 부족합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무씨의 특정 성분군이 후보이지만 원인성분은 미확정이라고 써야 합니다.
11. Rg1·Re와 Rb1·Rd는 몸에서 똑같이 움직일까?
모두 진세노사이드라고 해서 약동학이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진세노사이드는 붙어 있는 당의 종류와 위치, 기본 골격에 따라 분자크기·극성·막투과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부 진세노사이드는 장에서 직접 흡수되는 양이 제한적이며, 장내미생물이 당을 제거해 더 작은 대사체로 바꾸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무씨가 인삼에 영향을 준다고 할 때도 모든 진세노사이드가 정확하게 같은 기전으로 감소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2024년 연구가 Rg1·Re·Rb1·Rb2·Rc·Rd를 각각 측정한 이유 역시 개별 성분의 수송특성을 따로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12. 장내미생물까지 들어오면 이야기는 더 복잡해진다
2022년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연구에서는 인삼과 무씨의 관계를 급성 피로와 만성 피로 조건으로 나누어 조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피로 관련 생화학지표뿐 아니라 혈청·소변 대사체와 16S rRNA를 이용한 장내미생물 분석까지 시행했습니다.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급성 피로 조건에서는 인삼+무씨 병용이 인삼 단독의 효과를 뚜렷하게 약화시키지 않았습니다.
반면 만성 피로 조건에서는 무씨 비율이 증가할수록 항산화능, 젖산 대사, 에너지 대사, 내분비 조절 및 장내미생물 다양성 등에 대한 인삼의 효과가 약해지는 방향이 나타났습니다.
즉 인삼+무씨의 관계가 단순한 흡수 억제 하나로만 설명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내미생물
↓
진세노사이드 대사 변화
*
무씨 glucosinolate 대사
*
에너지대사 변화
↓
최종 약리효과 변화
라는 또 다른 층위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3. 더 흥미로운 것은 급성과 만성 조건에서 결과가 달랐다는 점이다
전통 배합이론을 현대 과학으로 연구할 때 이 결과는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인삼과 무씨가 화학적으로 절대적인 상극이라면 어떤 조건에서도 효과가 똑같이 감소해야 할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2022년 연구에서는 급성 피로에서는 인삼+무씨 병용이 인삼 단독의 작용을 뚜렷하게 약화시키지 않았고, 만성 피로에서는 무씨 비율이 증가하면서 인삼의 효과가 약해졌습니다.
이것은 상오를 현대적으로 이해할 때 배합비와 생리상태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같은 두 약재라도
급성 상태인지,
만성 상태인지,
무씨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같이 달였는지,
장내미생물 구성이 어떤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삼과 무씨는 함께 사용하면 인삼효과가 무조건 사라진다는 식의 절대적 설명은 현대 연구와도 맞지 않습니다.
14. 무씨가 인삼의 사포닌을 없앤다와 흡수를 낮춘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이 부분을 명확히 구별해야 합니다.
첫 번째 가능성은 탕전 단계입니다.
인삼 + 무씨
↓
같이 끓임
↓
일부 진세노사이드 함량 변화
두 번째 가능성은 장 흡수 단계입니다.
인삼 진세노사이드
↓
장상피
↓
무씨 추출물로 efflux 증가
↓
흡수 감소
세 번째 가능성은 체내 대사단계입니다.
흡수된 성분
↓
간·장내미생물 대사 변화
↓
혈중노출 변화
즉 최종적으로 AUC가 낮아진다는 결과 하나에도 최소한 세 단계가 관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씨가 인삼 사포닌을 없앤다보다 무씨 병용이 진세노사이드의 이용가능성과 체내 노출을 낮출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훨씬 정확합니다.
15. Cmax와 Tmax는 AUC와 어떻게 다를까?
약동학을 이해하면 앞으로 다른 한약배합 논문을 읽기도 쉬워집니다.
Cmax는 혈액에서 측정되는 최고농도를 뜻합니다.
Tmax는 그 최고농도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AUC는 일정 시간 동안의 전체 노출량입니다.
예를 들어 약물 A가 매우 빨리 흡수되어 높은 Cmax를 만들지만 금방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약물 B는 최고농도는 낮지만 오랫동안 혈액에 남아 AUC가 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약재 배합을 연구할 때는 특정 시점의 혈중농도만 보는 것보다 Cmax·Tmax·AUC·반감기 등을 함께 분석해야 전체적인 약동학 변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19년 인삼-무씨 연구에서 가장 명확하게 보고된 핵심 결과는 네 진세노사이드의 AUC₀–₁₂h가 인삼 단독군에서 병용군보다 높았다는 점입니다.
16. 그렇다면 전통적인 상오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표현에서는 무씨가 인삼의 보기작용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 약리학에서는 이를 조금 더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인삼
↓
Rg1·Re·Rb1·Rb2·Rc·Rd 등
↓
장상피 흡수
그런데
무씨 병용
↓
일부 진세노사이드의 efflux 증가
↓
장 흡수 감소 가능
↓
Rg1·Re·Rb1·Rd의 혈중 AUC 감소
↓
일부 인삼 약리작용 감소 가능
여기에
장내미생물 및 대사체 변화
↓
만성 상태에서 효과 약화 가능
까지 추가할 수 있습니다.
즉 상오라는 한 단어가 현대 약리학에서는 장수송, 전신노출, 장내미생물, 대사경로라는 여러 층으로 분해되는 것입니다.
17. 옛사람은 AUC도 몰랐는데 어떻게 이런 관계를 알았을까?
옛사람은 Rg1이나 Rb1이라는 물질을 몰랐습니다.
장상피세포도 몰랐고 efflux라는 개념도 없었습니다.
UPLC-MS/MS도 없었고 AUC도 측정할 수 없었습니다.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실제 사용 후 나타나는 전체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인삼만 사용한 경우와 무씨를 함께 사용한 경우에 몸의 반응이 달라지는 경험이 반복됐다면 그것을 효과를 약하게 만드는 배합관계로 분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전통 본초학은 결과에서 출발했습니다.
인삼 + 무씨
↓
사용 후 반응 관찰
↓
인삼의 보하는 효과가 약해지는 경우 확인
↓
상오라는 경험적 분류
현대 약리학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상오 기록
↓
진세노사이드 측정
↓
동물 혈중농도 분석
↓
AUC 감소 확인
↓
Caco-2 장상피 연구
↓
efflux 증가 확인
↓
장내미생물·대사체 분석
↓
원인성분과 수송체 탐색
이렇게 경험적으로 기록된 현상을 하나씩 분자 수준으로 역추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핵심 요약
첫째, 2019년 쥐 연구에서는 인삼+무씨 병용 시 Rg1·Re·Rb1·Rd의 AUC₀–₁₂h가 인삼 단독보다 낮았습니다. 즉 이들 진세노사이드의 혈중 총노출량이 감소했습니다.
둘째, 2024년 Caco-2 연구에서는 무씨 추출물이 Rg1·Re·Rb1·Rb2·Rc·Rd의 efflux를 증가시키고 장 흡수를 억제하는 방향이 관찰됐습니다.
셋째, 이 두 연구를 연결하면 무씨가 인삼 진세노사이드의 체내 노출을 감소시키는 약동학적 기전이 전통적인 상오를 설명하는 하나의 후보가 됩니다.
넷째, 하지만 무씨의 sinapine이나 glucosinolate 가운데 어떤 단일성분이 이 현상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섯째, 2022년 동물연구에서는 급성 피로에서는 인삼+무씨 병용이 인삼효과를 뚜렷하게 약화시키지 않았지만 만성 피로에서는 무씨 비율이 커질수록 인삼의 효과가 약해지는 방향이 나타났습니다.
여섯째, 따라서 인삼과 무씨의 관계를 절대적인 상극으로 표현하기보다 배합비와 생리상태에 따라 진세노사이드의 장수송·혈중노출·대사 및 장내미생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herb-herb interaction으로 보는 것이 현대적으로 더 정확합니다.
현대적으로 다시 표현하면
전통적으로 무씨(나복자)는 인삼의 보하는 작용을 약하게 만드는 상오 관계로 설명되었습니다.
현대 약리학적으로는 무씨 병용 시 일부 진세노사이드의 장상피 efflux가 증가하고, 동물에서 Rg1·Re·Rb1·Rd의 혈중 AUC가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따라서 인삼 활성성분의 장흡수와 전신노출 감소가 전통적인 상오를 설명하는 약동학적 기전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무씨의 단일 원인성분과 구체적인 수송체는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근거 수준
A에 가까운 전임상 근거
인삼과 무씨는 직접적인 약쌍 연구가 존재합니다.
동물에서 실제 혈중 Rg1·Re·Rb1·Rd 농도를 측정한 약동학 연구가 있고, Caco-2 장상피 모델을 이용해 Rg1·Re·Rb1·Rb2·Rc·Rd의 수송변화를 직접 분석한 후속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만성·급성 피로 모델과 장내미생물·대사체를 함께 분석한 연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람에게서 인삼과 무씨를 함께 먹으면 인삼효과가 반드시 떨어진다는 임상적 증명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가장 부족한 것은 표준화된 사람 대상 약동학 연구입니다.
안전성 및 해석 주의
이 글은 전통 본초학과 현대 약리학 연구를 설명하기 위한 교육용 콘텐츠입니다.
인삼이나 무씨를 복용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내용을 근거로 임의로 중단하거나 배합비를 조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처방약이나 여러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에는 천연물 역시 약물의 흡수나 대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므로 개인적인 치료 판단은 의료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참고자료
1.Chen JB, Li MJ, Chen LX, Sun YS. Effects of Raphani Semen on anti-fatigue and pharmacokinetics of Panax ginseng. Chinese Herbal Medicines. 2019;11(3):308-313. 인삼 단독과 인삼+무씨를 비교해 Rg1·Re·Rb1·Rd의 약동학과 항피로 효과를 분석한 연구입니다.
2.Li H, Zhang WS, Liu R, et al. Impact of radish seeds (Semen Raphani) on the absorption and transportation of ginsenosides in the Caco-2 cell model: a UPLC-ESI-MS analysis. Journal of Asian Natural Products Research. 2024;26(12):1430-1444. Rg1·Re·Rb1·Rb2·Rc·Rd의 장상피 수송과 efflux를 분석한 연구입니다.
3.Wang Y, Ma C, Dou D. Semen raphani weakened the action of ginseng under chronic fatigue condition.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22;295:115352. 급성·만성 피로, 대사체 및 장내미생물을 함께 분석한 연구입니다.
4.Gao L, et al. Traditional uses, phytochemistry, transformation of ingredients and pharmacology of the dried seeds of Raphanus sativus L. (Raphani Semen): A comprehensive review.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22;294:115387. 무씨의 성분과 가공·대사·약리작용을 종합한 리뷰입니다.
다음 글 예고 12회차
인삼과 나복자에서는 한 약재가 다른 약재의 작용을 약하게 만드는 상오(相惡)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다음에는 반대 방향의 배합을 보겠습니다. 독성이 있거나 자극이 강한 약재에 다른 약재를 더했더니, 오히려 그 자극이 줄어드는 경우입니다.
12번에서는 반하 덩이줄기(반하)와 생강(생강)의 상외(相畏)·상살(相殺)을 다룹니다.
반하에는 바늘처럼 생긴 옥살산칼슘 결정과 자극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옛사람은 이런 성분을 몰랐는데 왜 반하에 생강을 함께 사용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반하의 옥살산칼슘 결정과 표면 단백질 → 생강 유기산과의 상호작용 → 점막 자극 변화 가능성 → 상외·상살의 흐름으로 현대 연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다음 글: 생강은 반하의 독을 정말 줄일까? — 반하+생강 상외·상살의 현대 약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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