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약 궁합은 현대 과학으로 어디까지 확인됐을까?

2026. 8. 29. 06:00한약재 올바르게 알기

칠정 배합이론, 확인된 것과 아직 모르는 것을 근거 수준으로 나눠보면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는 인삼과 무씨, 반하와 생강, 감초와 원화, 투구꽃 뿌리와 반하처럼 전통적으로 궁합이 있다고 설명되어 온 여러 약재 조합을 현대 약리학으로 살펴봤습니다.

어떤 조합에서는 실제로 장 흡수가 달라졌고, 어떤 조합에서는 독성성분이 더 많이 녹아 나왔으며, 어떤 조합에서는 lectin 같은 자극성 물질이 감소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칠정의 상수·상사·상외·상살·상오·상반은 현대 과학으로 증명된 이론이라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일부 약재 조합은 성분 변화와 약동학적 기전까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연구됐습니다. 반면 어떤 조합은 세포나 동물실험 수준이고, 어떤 조합은 컴퓨터를 이용한 네트워크 약리학이나 분자도킹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충분히 반복 검증된 경우는 훨씬 적습니다.

따라서 칠정을 현대적으로 평가하려면 맞다 또는 틀리다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확인되었는지를 단계별로 구분해야 합니다.

1. 먼저 과학적으로 확인됐다는 말부터 구분해야 한다

어떤 전통적 설명이 현대 과학으로 확인됐다고 말하려면 사실 여러 단계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두 약재를 같이 썼을 때 정말 다른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어떤 화학성분이 변하는지 측정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나는지 수송체·대사효소·수용체·염증경로 등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 단계는 살아 있는 동물에서도 같은 현상이 재현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실제 사람에게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즉,

전통 기록

시험관에서 성분 변화 확인

세포 수준 기전 확인

동물 약동학·독성 확인

사람 약동학 확인

임상효과와 안전성 확인

이라는 단계가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한약 배합 연구가 아직 이 사다리의 중간 정도에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약의 herb-herb interaction을 종합한 약동학 리뷰에서도 복합 생약은 장내미생물, 물리·화학적 장벽, 대사효소, 수송체 등을 통해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체계적인 임상자료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평가합니다.

2. 이 시리즈에서 사용하는 근거 수준 A·B·C·D

앞으로 글을 읽을 때 혼동하지 않도록 이 블로그에서는 편의상 다음 기준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의학계의 공식 GRADE 등급이 아니라 이 시리즈에서 약재 배합기전을 비교하기 위한 자체 분류입니다.

근거 수준 A

해당 약재 두 가지를 실제로 함께 사용한 직접적인 연구가 있고, 성분분석·장흡수·약동학·독성 등 구체적인 변화가 반복적으로 측정된 경우입니다.

다만 A라고 해도 사람 임상효과가 확정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근거 수준 B

약쌍을 직접 연구한 세포·동물·탕전실험이 존재하지만 전체 기전이 완전히 연결되지 않았거나 연구수가 많지 않은 경우입니다.

근거 수준 C

네트워크 약리학, 분자도킹, 특정 성분에 대한 간접연구 등이 중심이고 실제 약쌍 자체의 약동학 검증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근거 수준 D

전통 문헌에서는 배합관계가 설명되지만 현대적으로 직접 검증한 연구가 거의 없거나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입니다.

이 기준으로 지금까지 살펴본 약재들을 다시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차이가 나타납니다.

3. 현재 비교적 구체적인 기전까지 확인된 사례

약재 조합 전통 관계 현대적으로 관찰된 현상 이 글의 근거 평가
반하 덩이줄기 + 생강 상외·상살 반하 raphide의 PTL 감소, 생강 유기산 관여 A에 가까운 전임상
인삼 + 무씨(나복자) 상오 진세노사이드 efflux 증가, 흡수 감소 A 전임상
황기뿌리 + 당귀뿌리 상사·군신 황기 flavonoid 막투과 증가 A~B
감초뿌리 + 원화 상반 독성 diterpenoid 용출 증가, 초분자 형성 A 전임상
감초뿌리 + 감수뿌리 상반 비율에 따라 효과·독성 변화, P-gp 변화 A 전임상
투구꽃 뿌리 + 반하 상반 aconitine 흡수와 CYP 대사 변화 A~B
천연 석고 + 지모 상수 칼슘과 timosaponin의 상승 가능성 B
황기뿌리 + 복령 상사 여러 면역 관련 표적 예측 C

중요한 것은 이 표에서 A가 현대 의약품 수준으로 임상효과가 증명됐다는 뜻이 아니라 해당 전통 배합 현상을 직접 다룬 실험자료가 비교적 많다는 의미라는 점입니다.

4. 반하와 생강은 왜 비교적 근거가 강한 편일까?

반하 덩이줄기(반하)는 가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과 목에 강한 자극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현대 연구에서는 반하 속 바늘 모양의 옥살산칼슘 결정인 raphide와 그 표면에 존재하는 Pinellia ternata lectin, 즉 PTL이 중요한 자극 요소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2023년 연구에서는 raphide를 생강 추출물로 처리하자 PTL의 양이 농도의존적으로 감소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강 속

  • oxalic acid
  • tartaric acid
  • malic acid
  • citric acid

같은 유기산이 활성성분으로 확인됐고, 특히 oxalic acid가 주요하게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전통적으로는 반하는 생강 때문에 독성이 약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 연구에서는

반하

raphide + PTL

강한 구강·인후 자극

그런데

생강 추출물

유기산 작용

raphide의 PTL 감소

자극성 감소 가능

이라는 구체적인 물질적 연결고리가 발견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례는 전통적 상외·상살 가운데 현대적인 기전과 비교적 잘 연결되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사람을 대상으로 생강의 특정 용량이 반하 부작용을 몇 퍼센트 감소시킨다는 수준으로 임상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5. 인삼과 무씨도 상오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연구한 사례다

우리가 먹는 무의 씨앗을 한약재로 사용한 것이 무씨(나복자)입니다.

전통적으로는 무씨가 인삼의 보하는 작용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4년 연구에서는 장상피 흡수를 연구하는 Caco-2 세포모델을 이용해 인삼의 대표적인 진세노사이드인

  • Rg1
  • Re
  • Rb1
  • Rb2
  • Rc
  • Rd

를 측정했습니다.

무씨 추출물을 함께 처리했더니 여섯 진세노사이드의 efflux가 증가했고, 연구진은 무씨가 이들의 장 흡수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즉,

인삼 진세노사이드

장상피 통과

혈액

그런데

무씨 추출물 병용

efflux 증가

체내 흡수 감소 가능

이라는 구조입니다.

전통에서 말한 효과가 약해진다는 현상을 현대적으로 체내 유효성분 노출이 낮아질 수 있다는 약동학 개념으로 바꿔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아직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무씨의

sinapine인지,

glucosinolate인지,

그 대사물질인지,

여러 성분의 복합작용인지

정확한 단일 원인성분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무씨의 sinapine이 인삼 사포닌을 파괴한다고 쓰면 현재 과학적 근거보다 지나친 표현이 됩니다.

6. 황기와 당귀는 신약이 군약을 돕는 현상을 보여준다

황기뿌리(황기)와 당귀뿌리(당귀)는 당귀보혈탕의 대표적인 조합입니다.

2012년 Caco-2 연구에서는 황기의 주요 flavonoid인

calycosin

formononetin

의 막 투과성이 당귀 추출물을 함께 처리했을 때 증가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당귀의 ferulic acid가 이 현상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즉 전통적으로 당귀가 황기를 돕는다고 표현했던 관계 중 일부를 현대적으로는

당귀 성분

황기 flavonoid 막투과성 증가

황기 활성성분의 체내 이용 가능성 증가

라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도 Caco-2 세포모델입니다.

세포에서 막을 잘 통과했다고 해서 사람의 임상효과가 자동으로 증가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약동학적 기전의 후보는 상당히 구체적이지만 임상적인 군신 관계가 완전히 증명됐다고 표현하지는 않는 것이 정확합니다.

7. 감초와 원화는 상반 연구 중 기전이 상당히 깊게 들어간 사례다

감초는 일반적으로 여러 처방을 조화시키는 약재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팥꽃나무 꽃봉오리(원화)와는 전통적으로 상반 관계로 분류됩니다.

원화에는

  • yuanhuacine
  • yuanhuadine
  • yuanhuajine

같은 diterpenoid가 존재합니다.

2012년 공동탕전 연구에서는 감초의 비율을 증가시키자 원화에서 이들 독성 후보 diterpenoid의 용출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후속 연구에서는 감초의 glycyrrhizic acid와 원화 성분들이 소수성 상호작용을 통해 자가조립된 초분자 구조를 만들 수 있으며, 이런 구조가 세포독성과 연결될 가능성까지 연구됐습니다.

즉 전통적으로 같이 쓰지 말라고 기록했던 조합을 현대적으로 보면

감초 + 원화

공동탕전

독성성분 용출 변화

분자 간 상호작용

초분자 구조 변화

세포와 만나는 방식 변화

독성 변화 가능

까지 연결됩니다.

이 정도가 되면 단순히 옛날 사람들이 안 좋다고 했다는 수준을 넘어 실제 물질 수준에서 상호작용이 관찰된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8. 감초와 감수는 배합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감수뿌리(감수)는 자체적으로도 독성이 중요한 약재입니다.

감초와 감수는 전통 십팔반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조합인데 현대 연구에서는 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감수와 감초의 비율을

4:1,

2:1,

1:1,

0.5:1,

0.25:1,

0.1:1

등으로 바꿔 쥐에게 투여한 연구에서는 감초 비율이 증가하면서 감수의 목표효과가 감소하고 독성지표가 증가하는 방향이 나타났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두 약재를 함께 사용했을 때 장의 P-glycoprotein 기능 억제가 더 강해져 이것이 독성 증가를 설명할 수 있는 기전 가운데 하나로 제시됐습니다.

더 최근에는 glycyrrhetinic acid와 kansuinine A 등을 포함해 감초-감수 조합의 효과와 독성 전환에 H₂S 경로가 관여할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감초가 적은 비율과 많은 비율에서 치료효과와 독성 양상이 서로 달랐습니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상반은 단순히 두 약이 닿는 순간 무조건 독이 만들어지는 스위치가 아니라 비율에 따라 약리학적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dose-ratio interaction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9. 투구꽃 뿌리와 반하에서는 CYP까지 변화했다

투구꽃류의 뿌리에는 aconitine, mesaconitine, hypaconitine 같은 강력한 diterpenoid alkaloid가 들어 있습니다.

2024년 투구꽃 뿌리와 반하의 병용을 분석한 쥐 연구에서는 반하가 aconitine과 benzoylaconine의 흡수를 증가시키는 한편, mesaconitine·benzoylmesaconine 등 일부 성분의 대사를 변화시켰습니다.

또 CYP3A4, CYP1A2, CYP2D6, CYP2C9, CYP2C19에 해당하는 효소계를 조사한 결과 반하가 CYP 활성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대적으로는

투구꽃 독성 alkaloid

장 흡수

간 CYP 대사

그런데

반하 병용

aconitine 흡수 변화

*

CYP 대사 변화

독성성분의 체내 노출 패턴 변화

라는 그림이 만들어집니다.

전통 상반을 현대 약동학으로 상당히 구체적으로 접근한 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쥐 연구입니다.

사람에게 동일한 정도의 CYP 변화와 독성 증가가 일어나는지는 별도의 임상연구가 필요합니다.

10. 석고와 지모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천연 석고(석고)는 주성분이 황산칼슘이고, 지모 뿌리줄기(지모)에는 timosaponin 계열 사포닌이 존재합니다.

동물 연구에서는 지모 유래 timosaponin A-III의 작용이 calcium과 함께 사용했을 때 강화되는 현상이 관찰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석고+지모의 상수관계를 현대적으로

석고의 Ca²⁺

*

지모의 timosaponin

약리작용 상승 가능

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인삼+무씨나 반하+생강처럼 직접적인 장수송 변화나 독성성분 제거기전까지 밝혀진 사례와는 근거의 깊이가 다릅니다.

따라서 이 블로그에서는 B 수준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11. 황기와 복령은 왜 C 수준일까?

황기뿌리(황기)와 복령균의 균핵(복령)은 처방에서 자주 함께 사용됩니다.

2024년 연구에서는 황기와 복령 약쌍을 네트워크 약리학과 molecular docking으로 분석해 ESR1, JUN, CYP3A4, CYP2C9, SERPINE1 같은 후보 표적과 여러 면역 관련 경로를 제시했습니다.

이런 연구는 매우 유용합니다.

수십 개 성분 중 무엇을 먼저 실험해야 하는지 후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컴퓨터에서 결합 가능성이 높다

=

실제 사람에서 그 단백질에 작용한다

는 뜻은 아닙니다.

네트워크 약리학 연구 자체도 데이터베이스 선택, 알고리즘, 표준화 부족 같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연구는 증명이라기보다 다음 실험을 어디서 시작할 것인지 알려주는 지도에 가깝습니다.

12. 분자도킹 결과만으로 약효를 증명할 수 없는 이유

분자도킹은 특정 화합물이 단백질의 특정 위치에 얼마나 잘 들어갈 수 있는지를 컴퓨터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성분 A

단백질 X와 높은 결합에너지 예측

이라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실제 사람 몸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그 성분이 장에서 흡수되는가?

혈중농도가 충분히 올라가는가?

간에서 바로 분해되지 않는가?

혈액 단백질에 붙어버리지 않는가?

실제로 목표 장기까지 도달하는가?

그 농도에서 단백질 기능을 정말 변화시키는가?

이 모든 문제를 통과해야 실제 약리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molecular docking → network pharmacology → 세포 → 동물 → 사람의 단계가 필요합니다.

13. 왜 같은 약재 조합인데 연구 결과가 서로 다를까?

한약 배합연구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연구마다 결과가 충돌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첫 번째는 약재 자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름의 약재라도 품종·산지·수확시기·보관법에 따라 성분함량이 달라집니다.

두 번째는 법제가 다릅니다. 생반하와 법제반하, 생부자와 제대로 가공된 부자는 같은 물질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세 번째는 배합비가 다릅니다. 감초+감수처럼 비율에 따라 효과와 독성이 반대로 움직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네 번째는 같이 달였는지 따로 추출해 섞었는지가 다릅니다.

다섯 번째는 세포실험, 쥐 실험, 사람 실험이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는 전체 추출물을 사용했는지 특정 단일성분만 사용했는지도 중요합니다.

한약 약동학 연구를 검토한 리뷰에서도 복잡한 성분구성, 품질관리 차이, 실험모델의 차이와 다양한 연구설계가 서로 충돌하는 결과를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따라서 논문 한 편만 보고 이 전통 이론은 완전히 증명됐다고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14. 세포실험과 사람의 몸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Caco-2 세포는 장 흡수 연구에 매우 유용합니다.

하지만 실제 사람의 장에는

점액층,

장내미생물,

담즙,

소화효소,

면역세포,

혈류,

간의 first-pass metabolism

등이 함께 존재합니다.

Caco-2에서 흡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실제 사람의 혈중 AUC가 반드시 같은 비율로 증가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쥐의 CYP와 사람 CYP의 활성도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연구 근거를 읽을 때는

세포에서 확인

동물에서 확인

사람에서 확인

을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15. 그렇다면 칠정은 과학일까, 경험론일까?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오히려 문제를 잘못 설정한 것입니다.

칠정은 처음부터 분자약리학 이론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옛사람들은 성분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반복적인 조제와 사용 경험을 통해

같이 쓰면 효과가 강해지는 조합,

다른 약을 돕는 조합,

자극을 줄이는 조합,

효과를 약화시키는 조합,

독성 위험이 증가하는 조합

을 현상 중심으로 분류했습니다.

현대 과학은 그 경험적 분류에서 실제로 재현되는 현상이 있는지를 다시 검사하고 있습니다.

전통 본초학

현상 관찰

배합 법칙

이었다면

현대 약리학은

전통의 배합 법칙

화학성분 분석

탕전 변화

장 흡수

P-gp 등 수송체

CYP 대사

장내미생물

분자표적

약효·독성

순으로 거꾸로 원인을 추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16. 현대 과학이 아직 답하지 못한 가장 큰 문제

현재 가장 부족한 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표준화된 임상약동학 연구입니다.

앞으로 정말 필요한 연구는 단순히 특정 약쌍을 쥐에게 먹이는 것이 아닙니다.

약재의 품종과 원산지를 표준화하고,

법제법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배합비를 통제하고,

공동탕전 여부를 통일하고,

주요 성분의 LC-MS 분석을 실시하고,

사람의 AUC·Cmax·Tmax를 측정하고,

장내미생물까지 분석하고,

실제 임상효과와 부작용을 함께 보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2024년 한약 배합 약동학 종합리뷰 역시 현대적으로 중요한 상호작용 축을 장내미생물, 대사효소, 수송체, 물리·화학적 상호작용으로 정리하면서 체계적 임상자료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17. 지금까지의 10편을 근거 수준으로 다시 정리하면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반하 + 생강은 자극성 물질 PTL 감소라는 상당히 구체적인 기전이 있습니다.

인삼 + 무씨는 진세노사이드 efflux 증가라는 약동학적 현상이 있습니다.

황기 + 당귀는 황기 flavonoid의 장상피 투과 증가가 관찰됐습니다.

감초 + 원화는 독성 diterpenoid 용출 증가와 초분자 형성이 연구됐습니다.

감초 + 감수는 배합비에 따른 효과-독성 전환과 P-gp 변화가 연구됐습니다.

투구꽃 뿌리 + 반하는 aconitine 흡수와 CYP 변화가 확인됐습니다.

석고 + 지모는 calcium과 timosaponin의 상승효과 가능성이 있습니다.

황기 + 복령 같은 경우는 아직 네트워크 약리학이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즉 같은 칠정이라는 이름 아래에 들어 있어도 현대 연구의 깊이는 모두 다릅니다.

핵심 요약

첫째, 칠정 전체가 현대 과학으로 증명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둘째, 반하+생강, 인삼+무씨, 감초+원화, 감초+감수처럼 약재를 직접 함께 사용한 실험에서 화학성분·흡수·독성 변화가 확인된 사례는 존재합니다.

셋째, 투구꽃 뿌리+반하처럼 CYP와 독성성분의 약동학까지 구체적으로 분석한 최근 연구도 있습니다.

넷째, 황기+복령처럼 네트워크 약리학과 분자도킹이 중심인 조합은 아직 후보 기전을 제시하는 단계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다섯째, 세포와 동물에서 확인된 결과가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전통 이론의 현대적 검증에서는 임상약동학 연구가 중요합니다.

여섯째, 따라서 칠정은 모두 과학적으로 입증된 법칙도 아니고 아무 근거 없는 미신으로 일괄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일부 경험적 현상은 현대 분석화학·약동학·독성학으로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고 있으며, 나머지는 아직 검증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현대적으로 다시 표현하면

전통적으로 칠정은 약재를 함께 사용했을 때 효과가 증가하거나 감소하고, 독성이 완화되거나 증가하는 현상을 경험적으로 분류한 배합이론입니다.

현대 약리학적으로는 일부 칠정 관계가 약재 간 물리화학적 상호작용, 활성성분의 용출 변화, 장상피 흡수와 efflux, CYP 대사효소, 약물수송체, 장내미생물, 약력학적 상승·길항 등의 현상으로 부분적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적 칠정 전체가 하나의 현대 약리학적 법칙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약쌍별로 근거 수준을 따로 평가해야 합니다.

근거 수준

칠정 전체: C~B

칠정 전체를 하나의 이론으로 놓고 보면 현대 임상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높은 근거 수준을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개별 약쌍별로 보면 차이가 큽니다.

반하+생강, 인삼+무씨, 감초+원화, 감초+감수 등은 A에 가까운 전임상 수준의 직접 연구가 존재합니다.

반면 일부 상수·상사·십팔반 조합은 아직 직접적인 현대 기전 연구가 매우 부족합니다.

따라서 칠정을 평가할 때는 칠정이 맞느냐 틀리느냐가 아니라 어떤 약쌍의 어떤 현상이 어느 수준까지 확인됐느냐고 질문하는 것이 더 과학적입니다.

안전성 및 해석 주의

이 글의 근거등급 A·B·C·D는 이 블로그 시리즈에서 연구의 직접성을 비교하기 위해 만든 분류이며 공식적인 의학 근거등급은 아닙니다.

또 전통적으로 상반 또는 독성이 있다고 기록된 약재를 실제로 직접 조합해 확인하는 용도로 이 자료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투구꽃류, 감수, 원화, 생반하 등은 자체적으로도 안전성 관리가 필요한 약재입니다.

참고자료

  1. Li M, et al. A comprehensive review on pharmacokinetic mechanism of herb-herb/drug interactions in Chinese herbal formula. Pharmacology & Therapeutics. 2024. 한약 배합에서 장내미생물·대사효소·수송체·물리화학적 상호작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리뷰입니다.

  2. Ma BL, Ma YM. Pharmacokinetic herb-drug interactions with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progress, causes of conflicting results and suggestions for future research. Drug Metabolism Reviews. 2016. 한약 연구에서 상반된 결과가 발생하는 원인을 품질관리·실험모델·연구설계 차이로 분석합니다.

  3. Liu Y, et al. Heating or ginger extract reduces the content of Pinellia ternata lectin in the raphides of Pinellia tuber. Journal of Natural Medicines. 2023. 반하+생강의 상외·상살 기전을 직접 분석했습니다.

다음 글 예고 — 11번

다음 글에서는 다시 인삼과 무씨로 돌아가 이번에는 훨씬 깊이 들어갑니다.

인삼과 무씨를 같이 사용했을 때 진세노사이드의 흡수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앞서 소개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Rg1, Re, Rb1, Rd의 혈중농도 곡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AUC가 떨어진다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무씨가 진세노사이드를 화학적으로 파괴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장에서 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무씨에 들어 있는 sinapine이나 glucosinolate 가운데 실제 원인성분은 밝혀졌을까요?

11번에서는 인삼과 무씨의 상오를 Caco-2 장상피 수송, 진세노사이드별 흡수, AUC·Cmax와 장내미생물까지 연결해서 약동학적으로 더 깊게 분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