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달였더니 성분이 줄었는데 약효는 왜 안 줄까? — 백작약+감초의 PK·PD 역설

2026. 8. 31. 06:00한약재 올바르게 알기

백작약+감초 배합을 paeoniflorin과 glycyrrhizin으로 읽다

1. 왜 이런 이야기가 생겼을까?

작약뿌리(백작약)와 감초뿌리(감초)는 근육이 당기거나 경련성 통증이 있을 때 함께 사용돼 온 대표적인 약쌍입니다. 현대에는 작약감초탕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합을 화학적으로 분석하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옵니다. 두 약재를 같이 달였을 때 백작약의 paeoniflorin과 감초의 glycyrrhizin 같은 주요 성분이 각각 단독으로 달였을 때보다 줄어드는 경우가 보고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상합니다. 주요 성분이 줄었다면 약효도 당연히 약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실제 약리학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탕액에 들어 있는 농도와 장에서 흡수되는 정도, 혈중에 남는 시간, 그리고 표적 조직에서 나타나는 약력학적 효과는 서로 다른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16번에서는 바로 이 차이를 살펴봅니다. 공동탕전에서 성분은 어떻게 달라지고, 감초 성분은 paeoniflorin의 흡수와 대사를 어떻게 흔들며, 최종적으로 왜 “성분 함량 감소=효과 감소”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2. 전통 본초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했을까?

백작약과 감초의 조합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약재가 기능적으로 협력하는 대표적인 배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백작약은 양혈유간(養血柔肝), 즉 혈을 보하고 긴장된 상태를 부드럽게 하는 방향으로 설명했고, 감초는 완급지통(緩急止痛), 즉 급하게 당기거나 경련하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쓰였습니다.

둘을 함께 사용하면 근육의 긴장과 통증을 완화하는 방향이 보강된다고 보았습니다.

현대 약리학에서는 이 관계를 한 성분의 농도가 높아지는 단순한 상승작용으로만 볼 필요가 없습니다. 공동탕전에서 성분 구성이 바뀌고, 장 흡수와 수송체, 간 대사까지 서로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PK·PD 상호작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첫 번째 약재에는 어떤 성분이 있을까?

작약뿌리(백작약, Paeoniae Radix Alba)의 대표 성분은 paeoniflorin과 albiflorin 같은 monoterpene glycoside입니다.

Paeoniflorin은 작약의 대표적인 지표성분으로, 진통·항염증·신경계 조절 등 여러 전임상 작용이 연구돼 왔습니다.

하지만 경구 흡수는 좋은 편이 아닙니다.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장세포가 들어온 물질을 다시 장관 쪽으로 내보내는 P-glycoprotein, 즉 P-gp의 관여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P-gp는 장세포의 ‘배출 펌프’처럼 이해하면 쉽습니다. 성분이 장세포 안으로 들어와도 다시 밖으로 내보낼 수 있어 실제 체내로 들어오는 양을 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paeoniflorin은 탕액에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느냐뿐 아니라 장벽을 얼마나 통과하고, 들어온 뒤 얼마나 빨리 제거되는가가 중요합니다.

4. 두 번째 약재에는 어떤 성분이 있을까?

감초뿌리(감초, Glycyrrhizae Radix et Rhizoma)에는 triterpenoid saponin과 flavonoid가 풍부합니다.

대표적으로 glycyrrhizin 또는 glycyrrhizic acid, 그리고 liquiritin, liquiritigenin, isoliquiritigenin 등이 있습니다.

Glycyrrhizin은 장내에서 대사되어 glycyrrhetinic acid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초의 작용을 연구할 때는 원래 성분인 glycyrrhizin과 체내 또는 장내에서 생기는 대사체를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glycyrrhizin과 glycyrrhetinic acid는 장 수송 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연구돼 왔습니다. 이 때문에 paeoniflorin의 흡수를 높일 수도, 조건에 따라 오히려 낮출 수도 있습니다.

즉 감초는 단순히 자기 성분의 약효만 더하는 약재가 아니라 백작약 성분의 약동학적 환경까지 바꿀 수 있는 상대 약재입니다.

5. 두 약재가 만나면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첫 번째 변화는 몸에 들어가기 전인 공동탕전에서 나타납니다.

백작약과 감초를 함께 달인 화학 분석 연구에서는 백작약의 gallic acid, oxypaeoniflorin, catechin, paeoniflorin, benzoylpaeoniflorin이 감소했고, 감초에서는 liquiritin, isoliquiritin, ononin, glycyrrhizin이 감소했습니다.

반면 백작약의 albiflorin과 benzoic acid처럼 증가한 성분도 있었습니다.

즉 공동탕전은 두 약재의 성분을 단순히 한 냄비에 더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용해도, 열에 의한 변환, 성분 사이의 화학적 상호작용 때문에 최종 탕액의 성분 비율 자체가 새롭게 구성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단계인 장 흡수에서는 이야기가 더 복잡해집니다.

뒤집힌 쥐 장관 모델에서는 glycyrrhetinic acid가 paeoniflorin 흡수를 증가시켰고, glycyrrhizin 역시 농도와 장 부위에 따라 흡수를 증가시키거나 억제했습니다.

다른 쥐 연구에서도 glycyrrhizic acid가 paeoniflorin 흡수에 미치는 영향은 용량에 따라 달랐습니다. 낮거나 중간 조건에서는 흡수를 억제한 반면 매우 높은 조건에서는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즉 이 관계는 “감초가 paeoniflorin 흡수를 높인다” 혹은 “낮춘다”라는 한 문장으로 고정할 수 없습니다. 농도, 투여 방식, 장 부위, 전체 추출물인지 단일성분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6. 현대 약리학으로 보면

백작약 → paeoniflorin·albiflorin

+

감초 → glycyrrhizin·glycyrrhetinic acid·liquiritin 등

공동탕전 → paeoniflorin·glycyrrhizin 등 일부 성분 함량 감소 및 조성 재편

glycyrrhizin·glycyrrhetinic acid → 장 P-gp 관련 수송 및 흡수 변화 가능

paeoniflorin의 흡수·Cmax·AUC·청소율 변화

혈중 노출과 지속시간 변화

+

paeoniflorin·liquiritigenin·glycyrrhizin계 성분의 다중 약력학 작용

진통·진경 효과의 최종 양상 결정

여기서 중요한 단어가 PK와 PD입니다.

PK, 즉 약동학은 몸이 약을 어떻게 흡수하고 분포시키고 대사하고 제거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반대로 PD, 즉 약력학은 약이 몸의 표적에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봅니다.

따라서 탕액의 paeoniflorin 함량이 조금 낮아졌다고 해도, 다른 성분이 흡수·대사·표적 작용을 바꾼다면 최종 약효는 단순히 같은 비율로 감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7. 연구에서는 실제로 무엇이 관찰됐을까?

첫째, 2014년 Journal of Separation Science 연구에서는 백작약과 감초를 함께 달였을 때 paeoniflorin과 glycyrrhizin을 포함한 여러 지표성분의 함량이 각각 단독탕보다 감소했습니다. 공동탕전 과정 자체가 화학조성을 바꾼다는 직접 근거입니다.

둘째, 백작약 단독탕과 백작약+감초탕을 쥐에게 투여해 비교한 연구에서는 albiflorin과 paeoniflorin의 약동학이 유의하게 달라졌고, 감초가 포함됐을 때 이들 성분의 전신노출이 감소한 결과도 보고됐습니다.

반대로 다른 HPLC fingerprint 기반 쥐 연구에서는 작약감초탕 투여 후 paeoniflorin을 포함한 일부 혈중 피크가 백작약 단독보다 높았습니다. 이는 실험 설계와 분석 대상, 배합·탕전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셋째, glycyrrhizin 단일성분을 paeoniflorin과 함께 연구한 실험에서도 결과는 조건 의존적이었습니다. 2019년 쥐 연구에서는 glycyrrhizin 전처리 후 paeoniflorin의 Cmax가 약 59.6에서 45.4 ng/mL로 낮아졌고, AUC도 약 282에서 202 μg·h/L로 감소했습니다.

같은 연구의 Caco-2 모델에서는 paeoniflorin의 efflux ratio가 2.71에서 3.52로 증가했고, 쥐 간 microsome에서는 intrinsic clearance가 증가했습니다. 연구진은 P-gp와 CYP3A 관련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감초 전체가 사람에서 CYP3A를 유도해 paeoniflorin을 줄인다”고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이 결과는 glycyrrhizin 전처리를 사용한 세포·쥐 실험입니다.

넷째, 2016년 연구에서는 glycyrrhizic acid가 paeoniflorin 흡수에 미치는 영향이 용량 의존적이었습니다. 특정 용량에서는 흡수가 억제됐지만 더 높은 조건에서는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결국 여러 연구를 한 줄로 정리하면 백작약+감초에서는 ‘상호작용이 있다’는 점은 비교적 확실하지만, 그 방향은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8.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

첫째, 공동탕전에서 paeoniflorin이나 glycyrrhizin이 감소하는 정확한 원인이 모두 규명된 것은 아닙니다. 단순한 열분해인지, 용해도 변화인지, 다른 성분과의 결합이나 전환 때문인지를 각 성분별로 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P-gp 관련 자료도 조건에 따라 방향이 다릅니다. Glycyrrhizin과 glycyrrhetinic acid의 농도, 전처리 여부, 장 부위에 따라 paeoniflorin 흡수가 증가하거나 감소했습니다.

셋째, 간 대사에서도 CYP3A가 후보로 연구되고 있지만, 백작약+감초 전체 탕액에서 사람의 특정 CYP가 어떤 정도로 관여하는지까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넷째, 장내미생물은 glycyrrhizin이 glycyrrhetinic acid로 전환되는 데 관여하므로 이 조합의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배합비에 따라 이 전환과 paeoniflorin의 PK가 달라질 가능성도 제시됐지만, 개인별 장내미생물 차이까지 임상적으로 연결한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물과 세포에서 관찰된 PK 변화가 사람의 진경·진통 효과를 어느 정도 설명하는지 역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9. 전통 설명과 현대 설명을 비교하면

전통에서는 백작약과 감초를 함께 사용했을 때 근육의 급박한 긴장과 통증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협력한다고 보았습니다.

현대 연구에서는 그 협력이 단순한 성분의 덧셈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같이 달이면 일부 주요 성분은 오히려 줄고, 장에서는 감초 성분이 paeoniflorin의 흡수를 상황에 따라 높이거나 낮출 수 있으며, 간 대사와 장내미생물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대적으로 다시 표현하면, 백작약+감초의 배합은 공동탕전으로 화학조성이 재편되고, paeoniflorin과 glycyrrhizin계 성분 사이의 흡수·수송·대사 경쟁이 생기며, 여러 성분의 약력학적 작용이 최종 효과를 함께 결정하는 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반전은 이것입니다.

탕액 속 성분 함량 감소 ≠ 체내 약효 감소

혈중농도 증가 ≠ 반드시 더 좋은 효과

배합 효과 = 탕전화학 + PK + PD의 합성 결과

옛사람은 paeoniflorin이나 P-gp를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두 약재를 함께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를 관찰했습니다. 현대 약리학은 그 결과를 성분의 양, 장 흡수, 간 대사, 장내미생물, 표적작용이라는 여러 층으로 나누어 역추적하고 있습니다.

10. 핵심 요약

  1. 백작약에는 paeoniflorin·albiflorin이, 감초에는 glycyrrhizin·liquiritin·liquiritigenin 등이 있습니다.
  2. 두 약재를 공동탕전하면 paeoniflorin과 glycyrrhizin을 포함한 일부 주요 성분의 함량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습니다.
  3. 감초의 glycyrrhizin·glycyrrhetinic acid는 paeoniflorin의 장 흡수와 P-gp 관련 이동을 농도와 조건에 따라 증가시키거나 억제할 수 있습니다.
  4. 쥐 PK에서는 paeoniflorin의 Cmax·AUC·청소율이 달라졌으며 연구마다 방향이 일치하지 않아 단순한 상승작용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5. 따라서 백작약+감초는 공동탕전 화학, PK, PD가 동시에 얽힌 배합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근거 수준

A — 백작약+감초 약쌍의 공동탕전 화학연구, 단독탕과 병용탕을 비교한 직접 동물 PK 연구, glycyrrhizin·glycyrrhetinic acid와 paeoniflorin의 장 흡수 및 수송체 연구가 다수 존재합니다. 다만 연구 조건에 따라 PK 변화 방향이 달라지며, A는 이 약쌍의 직접 연구가 풍부하다는 의미이지 사람에서 임상적 상승효과가 완전히 입증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안전성 주의

이 글은 한약 배합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학술·교육용 콘텐츠입니다. 감초의 glycyrrhizin계 성분을 장기간 또는 과량 섭취하면 체내 염분·칼륨 균형에 영향을 주어 혈압 상승, 부종, 저칼륨혈증 등 이른바 pseudoaldosteronism과 관련된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심혈관·신장 질환이 있거나 이뇨제, corticosteroid 등 전해질 균형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본문의 동물실험 농도나 배합비를 근거로 개인이 백작약과 감초를 직접 조제·배합·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참고자료

  1. The effects of 18β-glycyrrhetinic acid and glycyrrhizin on intestinal absorption of paeoniflorin using the everted rat gut sac model. Journal of Pharmacological Sciences. 2016.
  2. Effects of glycyrrhizin on the pharmacokinetics of paeoniflorin in rats and its potential mechanism. Pharmaceutical Biology. 2019;57:550-556.
  3. Zhang F, et al. Shaoyao Gancao decoction, an Ancient Classical Prescription: a review on its chemical composition, pharmacology, pharmacokinetics, clinical applications, and toxicology. Journal of Pharmacy and Pharmacology. 2025;77:845-865.

다음 글 예고

16번에서는 같이 달였을 때 성분이 줄어도 최종 약효를 단순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17번에서는 더 극적인 화학 현상으로 넘어갑니다.

황련 뿌리줄기(황련)+황금뿌리(황금)입니다. 황련의 berberine과 황금의 baicalin은 만나면 물에 잘 녹지 않는 복합체나 침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탕액에서 성분이 가라앉으면 약효도 약해질까요? 17번에서는 “성분은 줄었는데 약효는 왜 그대로거나 달라질 수 있을까?”를 berberine·baicalin의 침전과 PK/PD 불일치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