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귀가 황기의 약효를 ‘운반’해 준다고? — 실제로는 용출과 장투과가 달라진다

2026. 8. 30. 06:00한약재 올바르게 알기

황기+당귀 상사를 현대 약리학으로 읽다

1. 왜 이런 이야기가 생겼을까?

황기뿌리(황기)와 당귀뿌리(당귀)는 전통 처방에서 함께 등장하는 대표적인 약재입니다. 특히 당귀보혈탕에서는 황기를 중심에 두고 당귀가 이를 돕는 구조로 설명해 왔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약 하나가 다른 약을 “돕는다”는 말은 현대 약리학에서는 무엇을 뜻할까요?

같은 수용체를 더 강하게 자극한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황기와 당귀의 경우에는 그보다 앞단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눈에 띕니다. 같이 추출했을 때 황기 성분이 더 많이 녹아 나오고, 당귀 성분이 황기 flavonoid의 장상피 통과를 높이는 현상이 실험에서 관찰됐기 때문입니다.

즉 전통의 “돕는다”는 관계를 현대적으로 보면 약효 자체뿐 아니라 약이 몸에 들어오기 전의 용출과 흡수 가능성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2. 전통 본초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했을까?

이런 관계를 칠정에서는 상사(相使)의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相은 서로 관계한다는 뜻이고, 使는 부리거나 돕는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면 한 약재가 중심 역할을 하고 다른 약재가 그 작용이 잘 드러나도록 보조하는 관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보조한다”가 반드시 같은 약효를 하나 더 보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대 약리학에서는 주성분의 용출을 늘리거나, 장막 투과를 바꾸거나, 다른 표적을 보완하는 것도 충분히 ‘돕는 작용’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황기와 당귀의 조합은 이 가운데 특히 추출화학과 장투과를 통해 상사를 설명하기 좋은 사례입니다.

3. 첫 번째 약재에는 어떤 성분이 있을까?

황기뿌리(황기, Astragali Radix)에는 여러 종류의 saponin과 flavonoid, 다당체가 들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stragaloside IV는 황기의 주요 triterpenoid saponin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포닌은 물을 좋아하는 부분과 기름을 좋아하는 부분을 함께 가진 구조를 가진 화합물군입니다.

calycosinformononetin은 황기의 대표적인 isoflavonoid입니다. 이들은 식물 안에서 calycosin-7-O-glucoside나 ononin 같은 배당체 형태로도 존재합니다.

배당체는 쉽게 말하면 성분 본체에 당이 붙어 있는 형태입니다. 당이 떨어진 형태는 aglycone이라고 합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화학 이름의 차이가 아닙니다. 어떤 형태로 존재하느냐에 따라 물에 녹는 정도와 장막을 통과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황기를 분석할 때는 “황기에 calycosin이 있다”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탕전 과정에서 배당체와 aglycone의 비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4. 두 번째 약재에는 어떤 성분이 있을까?

당귀뿌리(당귀, Angelicae Sinensis Radix)에는 ferulic acid, ligustilide를 비롯한 phthalide 계열 성분과 다당체 등이 들어 있습니다.

이번 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후보는 ferulic acid입니다. Ferulic acid는 식물에 널리 존재하는 phenolic acid 계열 화합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ferulic acid가 단순히 자기 약리작용만 나타내는 성분으로 연구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황기와 함께 있을 때 황기 유래 성분이 추출되는 환경과 장상피를 통과하는 정도를 변화시키는 조절자로도 연구됐습니다.

즉 당귀가 황기를 돕는다는 관계를 연구할 때 ferulic acid는 “당귀의 대표 활성성분”인 동시에 “황기 성분의 이용 가능성을 바꾸는 후보 성분”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갖습니다.

5. 두 약재가 만나면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첫 번째 변화는 몸속에 들어가기 전, 탕전과 추출 과정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ferulic acid를 황기 추출 과정에 함께 사용했을 때 황기에서 측정되는 astragaloside IV, calycosin, formononetin의 양이 증가했습니다. 황기 다당체도 약간 증가했지만 변화는 상대적으로 작았습니다.

이 결과는 ferulic acid가 황기 성분을 새로 만들어 냈다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황기 안에 있던 성분이 추출액으로 더 잘 이동하도록 용해·추출 환경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공동탕전에서는 또 다른 변화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당귀보혈탕의 탕전 연구에서는 가열 과정에서 calycosin-7-O-glucoside와 ononin 같은 배당체 일부가 가수분해되어 calycosin과 formononetin 같은 aglycone 형태가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두 번째 변화는 장상피 투과입니다.

Caco-2 세포는 사람의 장상피와 비슷한 일부 특성을 갖도록 배양한 세포 모델입니다. 실제 사람의 장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어떤 성분이 장벽을 얼마나 통과할 수 있는지 비교하는 데 널리 이용됩니다.

이 모델에서 황기 유래 calycosin과 formononetin은 당귀 추출물이 함께 있을 때 막 투과가 증가했습니다. 연구에서는 당귀의 ferulic acid가 이러한 변화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이 조합은 단순히 “황기 효과 + 당귀 효과”라고 더하는 것보다 당귀가 황기 성분이 추출되고 장벽을 통과하는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편이 더 흥미롭습니다.

6. 현대 약리학으로 보면

황기 → astragaloside IV·calycosin·formononetin 등 함유

+

당귀 ferulic acid → 황기 성분의 용출·추출 증가 가능

공동탕전 → 일부 flavonoid 배당체 가수분해 → calycosin·formononetin 같은 aglycone 증가

당귀 추출물·ferulic acid → Caco-2에서 calycosin·formononetin 막 투과 증가

황기 활성성분의 이용 가능성 증가 가능

전통적인 상사, 즉 “한 약이 다른 약을 돕는다”는 관계와 연결

여기서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이라는 말을 조심해서 써야 합니다. 생체이용률은 투여한 성분 가운데 실제 전신순환에 도달한 정도를 뜻합니다.

Caco-2 세포에서 막 투과가 증가했다는 결과만으로 사람의 혈중농도나 생체이용률이 반드시 증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몸에서는 장내 대사, 간 대사, 수송체, 장내미생물 등 훨씬 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7. 연구에서는 실제로 무엇이 관찰됐을까?

첫째, 2014년 Phytomedicine 연구에서는 당귀 유래 ferulic acid를 황기 추출에 이용했을 때 astragaloside IV, calycosin, formononetin의 추출량이 증가했습니다. Ferulic acid 단독이 해당 세포반응을 강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황기 추출물의 화학적 조성과 그에 따른 생물학적 활성이 달라졌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둘째, 2012년 Journal of Pharmaceutical and Biomedical Analysis 연구에서는 Caco-2 세포막을 이용해 황기와 당귀 성분의 투과성을 비교했습니다. 황기 유래 calycosin과 formononetin은 당귀 추출물이 존재할 때 막 투과성이 높아졌고, 연구진은 ferulic acid를 중요한 매개 후보로 제시했습니다.

셋째, 당귀보혈탕의 탕전 연구에서는 적당한 가열 과정에서 flavonoid 배당체의 가수분해가 일어나 calycosin과 formononetin 같은 aglycone의 양이 증가했습니다. 이들 aglycone은 해당 Caco-2 연구에서 배당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투과 특성을 보였습니다.

넷째, 쥐에게 당귀보혈탕 추출물을 경구 투여한 약동학 연구에서는 ferulic acid뿐 아니라 astragaloside IV, astragaloside I, calycosin 계열 성분 등이 혈장에서 실제로 측정됐습니다. 즉 탕액의 여러 성분이 체내에 도달한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동물 PK 연구만으로 “당귀를 추가했기 때문에 황기 성분의 AUC가 몇 퍼센트 증가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황기 단독군과 동일 조건으로 직접 비교해 당귀의 기여를 분리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8.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

첫째, ferulic acid가 정확히 어떤 물리화학적 방식으로 astragaloside IV나 flavonoid의 추출량을 늘리는지는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용해도 변화가 중요한 후보이지만 하나의 단일 기전으로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Caco-2에서 관찰된 calycosin과 formononetin의 투과 증가가 실제 사람의 장에서도 같은 크기로 재현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이 약쌍에서 특정 P-gp나 다른 수송체가 핵심 조절자라고 단정할 직접 근거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송체 이름을 임의로 붙여 상사를 설명하는 것은 현재 근거보다 앞서가는 해석입니다.

넷째, 사람 대상 임상에서 황기 단독과 황기+당귀를 비교해 특정 황기 성분의 Cmax나 AUC 증가를 직접 확인한 자료는 제한적입니다.

결국 현재 근거가 가장 탄탄한 구간은 추출화학 → Caco-2 장투과입니다. 그 이후 사람의 전신 노출과 임상효과까지는 아직 연구의 빈 공간이 남아 있습니다.

9. 전통 설명과 현대 설명을 비교하면

전통에서는 황기가 중심 역할을 하고 당귀가 이를 돕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 연구가 이 표현을 그대로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실제 실험에서는 당귀 유래 ferulic acid가 황기의 일부 성분이 추출액으로 더 많이 나오게 하고, 황기 flavonoid인 calycosin과 formononetin의 장상피 모델 투과를 높이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현대적으로 다시 표현하면, “당귀가 황기를 돕는다”는 말은 단순히 두 약재가 같은 약효를 더한다는 뜻뿐 아니라 당귀 성분이 황기 성분의 제제학적 환경과 장 흡수 가능성을 조절한다는 가설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옛사람이 ferulic acid나 Caco-2를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반복해서 관찰한 처방 결과를 역할 관계로 정리했고, 현대 연구는 그 관계가 성분의 용출과 이동 단계에서도 나타나는지를 역추적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상사는 단순한 옛 용어가 아니라, 현대의 formulation과 pharmacokinetics라는 질문으로 다시 연구할 수 있는 배합 개념이 됩니다.

10. 핵심 요약

  1. 황기에는 astragaloside IV, calycosin, formononetin 등이 있고 당귀에는 ferulic acid와 ligustilide 등이 있습니다.
  2. Ferulic acid를 황기 추출 과정에 함께 사용하면 일부 황기 성분의 추출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3. Caco-2 연구에서는 당귀 추출물과 ferulic acid가 황기 유래 calycosin·formononetin의 막 투과를 높였습니다.
  4. 공동탕전 과정에서는 일부 flavonoid 배당체가 aglycone으로 전환되는 화학 변화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5. 다만 이러한 결과가 사람에서 황기 성분의 혈중노출이나 임상효과 증가로 직접 이어진다고 아직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근거 수준

B — 황기+당귀 및 당귀보혈탕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추출화학 연구와 Caco-2 장투과 연구가 있고, 동물 약동학 자료도 존재합니다. 특히 ferulic acid와 황기 flavonoid 사이의 용출·투과 변화는 직접 실험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에서 황기 단독과 병용을 비교한 직접 PK·임상 근거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A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안전성 주의

이 글은 한약 배합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학술·교육용 콘텐츠입니다. 황기와 당귀가 함께 연구됐다는 사실이 모든 사람에게 병용이 적합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질환, 복용 중인 의약품, 임신·출혈 관련 상황 등에 따라 개별 판단이 필요하므로 연구 결과를 개인의 자가 배합이나 복용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참고자료

  1. Zheng KY, et al. The membrane permeability of Astragali Radix-derived formononetin and calycosin is increased by Angelicae Sinensis Radix in Caco-2 cells: a synergistic action of an ancient herbal decoction Danggui Buxue Tang. Journal of Pharmaceutical and Biomedical Analysis. 2012.
  2. Ferulic acid enhances the chemical and biological properties of Astragali Radix: a stimulator for Danggui Buxue Tang, an ancient Chinese herbal decoction. Phytomedicine. 2014.
  3. Hydrolysis of Glycosidic Flavonoids during the Preparation of Danggui Buxue Tang: An Outcome of Moderate Boiling of Chinese Herbal Mixture. 2014.

다음 글 예고

13번에서는 식물 약재끼리의 상호작용을 살펴봤습니다. 14번에서는 전혀 다른 조합으로 넘어갑니다. 천연 석고(석고)+지모 뿌리줄기(지모)입니다.

석고는 식물이 아니라 주로 황산칼슘으로 이루어진 광물성 약재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오는 Ca2+가 지모의 timosaponin 같은 성분의 흡수나 약효를 정말 바꿀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돌 같은 약재가 식물 성분을 돕는다”는 상수 관계가 어디까지 실험으로 확인됐는지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