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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귀가 황기의 약효를 ‘운반’해 준다고? — 실제로는 용출과 장투과가 달라진다
황기+당귀 상사를 현대 약리학으로 읽다1. 왜 이런 이야기가 생겼을까?황기뿌리(황기)와 당귀뿌리(당귀)는 전통 처방에서 함께 등장하는 대표적인 약재입니다. 특히 당귀보혈탕에서는 황기를 중심에 두고 당귀가 이를 돕는 구조로 설명해 왔습니다.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약 하나가 다른 약을 “돕는다”는 말은 현대 약리학에서는 무엇을 뜻할까요?같은 수용체를 더 강하게 자극한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황기와 당귀의 경우에는 그보다 앞단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눈에 띕니다. 같이 추출했을 때 황기 성분이 더 많이 녹아 나오고, 당귀 성분이 황기 flavonoid의 장상피 통과를 높이는 현상이 실험에서 관찰됐기 때문입니다.즉 전통의 “돕는다”는 관계를 현대적으로 보면 약효 자체뿐 아니라 약이 몸에 들어오기..
2026.08.30 -
생강은 반하의 독을 정말 줄일까? — 바늘 결정은 남는데 자극은 약해지는 이유
반하+생강 상외·상살의 현대 약리학1. 왜 이런 이야기가 생겼을까?반하 덩이줄기(반하)는 오래전부터 생강과 함께 다뤄 온 대표적인 약재입니다. 그런데 이유를 현대적으로 들여다보면 꽤 흥미로운 장면이 나옵니다. 날것의 반하는 입과 목을 강하게 따갑게 할 수 있는데, 생강으로 처리하거나 충분히 가열하면 그 자극성이 줄어듭니다.옛사람이 옥살산칼슘 결정이나 렉틴 단백질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관찰한 것은 결과였습니다. “반하는 자극적인데 생강과 함께 처리하면 덜 자극적이다.” 그렇다면 생강은 반하의 독성 물질을 화학적으로 없애는 것일까요, 아니면 자극이 일어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일까요?현대 연구는 후자에 가까운 설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핵심에는 바늘 모양 결정인 calcium oxalate raphid..
2026.08.29 -
인삼과 무씨를 같이 쓰면 사포닌 흡수가 정말 떨어질까?
무씨(나복자)가 인삼 진세노사이드의 AUC와 장 흡수에 미치는 영향을 약동학으로 분석해 보면인삼을 먹으면 인삼 속 사포닌이 그대로 몸 안으로 들어가 약효를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그런데 실제 과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인삼뿌리(인삼·Panax ginseng)에 들어 있는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는 장에서 흡수되고, 일부는 장내미생물에 의해 다른 물질로 변환되고, 일부는 장상피세포에 들어갔다가 다시 장 안으로 배출되기도 합니다.여기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무우씨, 즉 무씨(나복자·萊菔子, Raphani Semen)를 함께 사용하면 일부 진세노사이드의 체내 이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전통 본초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인삼과 무씨를 함께 사용하면 인삼의 보하는 작용이 약해질..
2026.08.29 -
옛날 약 궁합은 현대 과학으로 어디까지 확인됐을까?
칠정 배합이론, 확인된 것과 아직 모르는 것을 근거 수준으로 나눠보면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는 인삼과 무씨, 반하와 생강, 감초와 원화, 투구꽃 뿌리와 반하처럼 전통적으로 궁합이 있다고 설명되어 온 여러 약재 조합을 현대 약리학으로 살펴봤습니다.어떤 조합에서는 실제로 장 흡수가 달라졌고, 어떤 조합에서는 독성성분이 더 많이 녹아 나왔으며, 어떤 조합에서는 lectin 같은 자극성 물질이 감소했습니다.그렇다면 이제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칠정의 상수·상사·상외·상살·상오·상반은 현대 과학으로 증명된 이론이라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요?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일부 약재 조합은 성분 변화와 약동학적 기전까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연구됐습니다. 반면 어떤 조합은 세포나 동물실험 수준이고, 어떤 조합은 컴..
2026.08.29 -
한약은 끓이는 순간 화학적으로 달라진다
한약을 같이 달일 때 벌어지는 용출·분해·침전·복합체·초분자 형성한약을 달인다고 하면 우리는 보통 약재 속에 들어 있던 좋은 성분이 뜨거운 물에 우러나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커피를 뜨거운 물에 내리거나 차를 우려내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기 쉽습니다.하지만 현대 분석화학의 관점에서 한약의 탕전은 단순한 뜨거운 물 추출보다 훨씬 복잡합니다.약재를 물에 넣고 가열하는 동안 어떤 성분은 더 많이 녹아 나오고, 어떤 성분은 분해되며, 어떤 성분끼리는 서로 결합해 침전을 만들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여러 분자가 스스로 모여 나노미터 크기의 초분자 구조를 만들기도 합니다.최근 연구에서도 한약 탕전은 단순한 hot-water extraction이 아니라 화학조성 변화와 물리적 상변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잡한 다..
2026.08.28 -
인삼 한 뿌리에는 사실 몇 종류의 약이 들어 있을까?
한약 한 가지가 사실은 다성분·다표적 복합체인 이유인삼 한 뿌리를 먹는다고 하면 우리는 보통 한 가지 약재를 먹는다고 생각합니다.전통 본초학에서도 인삼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칠정의 단행(單行)과 연결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현대 약리학의 눈으로 인삼뿌리(인삼·Panax ginseng)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인삼 속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포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여러 종류의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복잡한 구조의 다당체, polyacetylene 계열 성분, 단백질·펩타이드, 아미노산, 지방산, phenolic compounds, gintonin과 같은 지질-단백질 복합체까지 존재합니다. 최근의 종합 리뷰에서도 인삼은 ginsenoside뿐 아니라 탄수화..
2026.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