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8. 00:00ㆍ한약재 올바르게 알기
여정자와 한련초는 같이 달여야 더 좋을까?
이지환에서 '배합'과 '추출법'은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앞에서 한약은 함께 달이는 순간 화학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두 약재를 함께 쓰는 처방이라면 처음부터 같이 추출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 광나무 열매(여정자·Ligustri Lucidi Fructus)+한련초 지상부(한련초·Ecliptae Herba) 두 약재로 이루어진 이지환(二至丸, Er Zhi Wan) 연구에서는 꼭 그렇지 않았습니다.
Xu 등은 2012년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서 두 약재를 함께 추출하는 방법과 각각 따로 추출한 뒤 섞는 방법을 직접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에스트로겐 반응을 가장 강하게 활성화한 방식은 두 약재를 같이 추출한 것이 아니라, 각각 따로 95% ethanol로 추출한 뒤 1:1로 섞는 방식이었습니다.
배합이 중요하다는 말과 공동탕전이 항상 우월하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닙니다. 이 지점이 이번 약쌍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1. 두 약재뿐인데 화학성분은 두 개가 아니다
이지환은 비교적 단순한 처방입니다. 기본 구조는 광나무 열매(여정자)와 한련초 지상부(한련초)를 1:1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2012년 Xu 등의 연구와 2021년 Qin 등의 연구에서도 이 1:1 구성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처방이 두 약재뿐이라고 해서 화학적으로 단순한 것은 아닙니다.
여정자에서는 대표적으로 specnuezhenide, salidroside, oleanolic acid, ursolic acid 등이 연구됩니다.
한련초에서는 wedelolactone, ecliptasaponin 계열, echinocystic acid, luteolin 계열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Jia 등은 2018년 Molecules에서 UHPLC/Q-Orbitrap-MS를 이용해 이지환을 분석했는데, 366개의 화합물을 분리·검출했고 그중 96개를 구조적으로 특성화했습니다.
연구진은 여정자와 한련초를 구분하는 품질표지 후보로 specnuezhenide, salidroside, wedelolactone, ecliptasaponin A 등의 8개 성분을 제시했습니다. Jia L et al. Molecules. 2018;23(12):3143.
따라서 이지환을 여정자 성분 하나, 한련초 성분 하나로 설명하는 순간 실제 처방의 대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2. 2012년 연구는 '같이 추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예상부터 시험했다
Xu 등은 2012년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서 이지환의 배합원리를 조사하면서 체계적인 비교를 했습니다.
여정자와 한련초를 물, 50% ethanol, 95% ethanol 등으로 추출했습니다. 여정자는 가공방법까지 달리했고, 특히 증기로 처리한 여정자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비교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증제한 여정자와 한련초를 각각 따로 추출한 뒤 섞는 방법과 처음부터 함께 추출하는 방법을 비교한 것입니다.
에스트로겐 반응 측정에는 estrogen responsive element, 즉 ERE에 의해 luciferase가 발현되도록 만든 MCF-7 유방암 세포를 사용했습니다. Xu H et al.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12;143(1):109-115.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조건은 여정자를 먼저 증제한 뒤, 여정자와 한련초를 각각 따로 95% ethanol로 추출하고, 1:1로 혼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즉 이 실험에서는 같이 추출하는 것이 가장 강한 생물활성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3. 왜 따로 추출한 것이 더 강했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서 조심해야 합니다.
2012년 연구 결과를 보고 "같이 끓이면 여정자와 한련초 성분이 서로 파괴된다"고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그 연구가 정확히 어떤 단일 성분 때문에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확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설명은 여러 가지입니다. 공동추출 과정에서 성분의 용출률이 달라지거나, 서로 결합하거나, 침전하거나, 열에 민감한 성분이 변하거나, 특정 용매에서 회수되는 비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과정이 2012년 관찰된 estrogenic activity 차이의 직접 원인인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현재 가장 정확한 문장은 이렇습니다. 이지환에서는 추출법에 따라 생물활성이 달라졌고, 해당 실험조건에서는 개별 95% ethanol 추출 후 혼합한 방식이 가장 높은 ERE 반응을 보였다. 그 이상은 후보 기전입니다.
4. 그런데 '에스트로겐 반응이 증가했다'는 말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Xu 등의 2012년 연구에서 이지환은 MCF-7 세포의 estrogen-responsive luciferase 신호를 증가시켰습니다.
그러나 같은 실험에서 MTT로 측정한 MCF-7 세포 증식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해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ERE 활성 증가가 사람에서 estrogen 치료와 동일한 것은 아니고, MCF-7 증식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람에게 호르몬 관련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 연구는 어디까지나 세포 수준의 estrogen-responsive transcription assay입니다. 따라서 논문에서 estrogenic activity라고 표현한 내용을 사람의 갱년기 치료효과나 장기적인 호르몬 안전성으로 바로 확대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갱년기 증상으로 오신 분들 중에는 "이 약도 호르몬제인가요"라고 걱정하며 물어보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이 구분을 설명해 드립니다. 세포실험에서 에스트로겐 반응 경로가 켜졌다는 것과 실제 호르몬 약물처럼 작용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고요.
5. 뼈에서는 실제로 효과가 있었지만 자궁에는 영향이 없었던 연구도 있다
이지환의 골대사 연구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Cheng 등은 2011년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서 3개월령 암컷 Sprague-Dawley 쥐의 난소를 절제해 폐경 후 골다공증과 유사한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난소절제 후 5주째부터 이지환을 2.25, 4.5, 9.0 g/kg/day 용량으로 26주 동안 경구투여했습니다. 비교군에는 estradiol valerate 0.4 mg/kg/day를 사용했습니다. Cheng M et al.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11;138(2):279-285.
Cheng 등의 2011년 연구에서 이지환은 난소절제로 발생한 골량 감소, 골 생체역학 저하, trabecular microarchitecture 악화를 억제하는 방향을 나타냈습니다.
혈청 calcium과 phosphorus는 증가했고, 일부 bone turnover marker와 소변 calcium·phosphorus 배설은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자궁 무게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결과입니다. 뼈를 보호하는 효과가 관찰됐다고 해서 반드시 전신적으로 강한 estrogen 작용이 일어났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6. 2018년에는 뼈를 만드는 세포와 지방세포의 갈림길이 등장했다
Liang 등은 2018년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에서 역시 난소절제 Sprague-Dawley 쥐를 사용했습니다.
이지환 투여 후 골밀도, 골 형태, 골 생체역학, 골대사 관련 지표가 개선됐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Sirt1/FoxO axis에 주목했습니다. 난소절제군에서 감소했던 Sirt1, Runx2, FoxO1, FoxO3a의 mRNA와 단백질 발현은 이지환 투여 후 증가했습니다. 반대로 난소절제 후 높아졌던 PPAR-γ와 miR-132는 감소했습니다. Liang W et al.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18;2018:9210490.
이 결과를 이해하려면 뼈의 골수세포를 생각하면 됩니다. 골수의 mesenchymal stem cell은 상황에 따라 osteoblast 계열 또는 adipocyte 계열로 분화할 수 있습니다. Runx2는 골형성 방향과 연결되고, PPAR-γ는 지방세포 분화와 밀접합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이지환이 Sirt1/FoxO 관련 변화를 거쳐 Runx2를 늘리고 PPAR-γ를 줄이는 방향, 즉 골형성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것 역시 연관된 분자축이 변화했다는 전임상 결과이지, Sirt1 하나가 이지환 효과의 유일한 원인으로 증명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7. 2021년에는 반대로 '뼈를 부수는 세포'를 직접 봤다
뼈 건강은 osteoblast가 얼마나 뼈를 잘 만드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반대편에는 osteoclast, 파골세포가 있습니다.
Qin 등은 2021년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서 여정자와 한련초를 1:1로 구성한 이지환을 난소절제 C57BL/6 생쥐에게 투여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이지환이 난소절제로 감소한 estrogen 관련 지표와 자궁 위축을 개선하는 방향을 보였고, dual-energy X-ray와 micro-CT에서는 골손실과 골미세구조 악화가 완화됐습니다.
또 골수에서 Runx2는 증가하고 PPARγ는 감소했습니다. 파골세포 형성과 관련해서는 RANKL은 감소, OPG는 증가했습니다. Qin XY et al.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21;270:113815.
흐름을 단순화하면, 난소절제로 estrogen이 줄면 RANKL/OPG 균형이 무너지면서 osteoclast 형성과 골흡수가 늘어나는데, 이지환 투여 후에는 RANKL이 줄고 OPG가 늘면서 파골세포 성숙이 억제되고 골손실이 줄어드는 방향이 관찰된 것입니다.
8. Wedelolactone 하나가 이 효과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Qin 등의 2021년 연구에서는 network pharmacology만 수행한 것이 아니라 후보성분을 실제 세포에서도 시험했습니다.
생쥐 골수유래 monocyte에 M-CSF 25 ng/mL, RANKL 50 ng/mL를 처리해 osteoclast 분화를 유도했습니다.
그 뒤 이지환 후보성분을 조사했는데, wedelolactone, oleanolic acid, echinocystic acid, luteolin, luteolin-7-O-glucoside가 10⁻⁷~10⁻⁵ mol/L 범위에서 파골세포 분화를 억제하는 방향을 나타냈습니다. Qin XY et al.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21;270:113815.
이 결과 역시 배합 연구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줍니다. 이지환은 wedelolactone 하나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여정자·한련초에서 유래한 서로 다른 후보성분들이 RANKL/OPG, osteoclast differentiation, Runx2, PPAR-γ, estrogen-related signaling 같은 여러 층에서 동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 후보성분이 효과를 냈다고 해서 이 다섯 성분이 실제 이지환 효과의 전부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2018년 화학분석에서는 훨씬 많은 성분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9. 같은 이지환인데 왜 어떤 연구에서는 자궁에 영향이 없고 다른 연구에서는 달라졌을까?
여기서 두 연구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 지점이 있습니다.
Cheng 등의 2011년 쥐 연구에서는 골보호효과가 나타났지만 자궁 무게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Qin 등의 2021년 생쥐 연구에서는 이지환이 estrogen 감소와 자궁 위축을 개선하는 방향을 나타냈습니다.
겉으로 보면 충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동물 종과 계통, 투여용량, 투여기간, 추출법, 측정지표, 난소절제 후 투여시점 등이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어느 한 연구가 틀렸다고 결론 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 차이는 이번 편의 주제를 다시 보여 줍니다. 같은 두 약재를 같은 이름의 처방으로 부르더라도, 추출법과 실험조건까지 같아야 같은 약리학적 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12년 Xu 등의 연구에서 추출법 자체가 estrogenic response를 바꿨다는 사실은 이 점을 더욱 중요하게 만듭니다.
10. 임상적으로 설명한다면 '여성호르몬을 올리는 한약'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임상적으로 환자에게 이지환을 설명한다면 저는 "여성호르몬을 올려 주는 천연 호르몬제"라고 설명하지 않는 편이 맞다고 봅니다.
세포실험에서는 estrogen-responsive transcription이 활성화됐고, 난소절제 동물에서는 estrogen 관련 변화와 골보호효과가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이 이지환을 복용했을 때 혈중 estradiol이 임상적으로 얼마나 증가하는지, 골절위험이 얼마나 감소하는지와는 다른 질문입니다.
또 MCF-7 세포에서 증식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결과만으로 유방·자궁 등 호르몬 민감성 질환에 대한 장기 안전성까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호르몬 민감성 질환의 병력이 있거나 호르몬 관련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세포·동물실험을 근거로 자가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지환은 두 약재 전체 처방을 실제로 사용한 세포실험과 여러 난소절제 동물연구가 있고, 추출법을 직접 비교한 compatibility 연구, 골밀도와 micro-CT, 골 생체역학, RANKL/OPG, Sirt1/FoxO, 후보성분의 osteoclast 실험까지 연결돼 있어 전임상 근거가 풍부합니다. 굳이 등급을 매기면 B+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배합이론에서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질문, "여정자 단독보다 한련초를 더했기 때문에 사람에서 임상적으로 얼마나 더 좋아지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별도의 직접 비교가 더 필요합니다.
가장 기억할 만한 결론은 오히려 이것입니다. 두 약재를 함께 쓴다는 것과 두 약재를 반드시 같이 추출해야 한다는 것은 같은 명제가 아닙니다. 한약의 배합은 약재 종류, 배합비, 가공법, 추출용매, 공동추출 여부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하나의 약리학적 조건이 됩니다.
참고문헌
Cheng M, Wang Q, Fan Y, Liu X, Wang L, Xie R, Ho CC, Sun W. A traditional Chinese herbal preparation, Er-Zhi-Wan, prevent ovariectomy-induced osteoporosis in rats.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11;138(2):279-285. DOI: 10.1016/j.jep.2011.09.030. PMID: 22001072.
Xu H, Su ZR, Huang W, Choi RCY, Zheng YZ, Lau DTW, Dong TTX, Wang ZT, Tsim KWK. Er Zhi Wan, an ancient herbal decoction for woman menopausal syndrome, activates the estrogenic response in cultured MCF-7 cells: an evaluation of compatibility in defining the optimized preparation method.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12;143(1):109-115. DOI: 10.1016/j.jep.2012.06.009. PMID: 22710293.
Liang W, Li X, Li G, Hu L, Ding S, Kang J, Shen J, Li C, Asakawa T. Sirt1/Foxo Axis Plays a Crucial Role in the Mechanisms of Therapeutic Effects of Erzhi Pill in Ovariectomized Rats.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2018;2018:9210490. DOI: 10.1155/2018/9210490. PMID: 30224934.
Jia L, Fu L, Wang X, Yang W, Wang H, Zuo T, Zhang C, Hu Y, Gao X, Han L. Systematic Profiling of the Multicomponents and Authentication of Erzhi Pill by UHPLC/Q-Orbitrap-MS Oriented Rapid Polarity-Switching Data-Dependent Acquisition and Selective Monitoring of the Chemical Markers Deduced from Fingerprint Analysis. Molecules. 2018;23(12):3143. DOI: 10.3390/molecules23123143. PMID: 30513579.
Qin XY, Niu ZC, Han XL, Yang Y, Wei Q, Gao XX, An R, Han LF, Yang WZ, Chai LJ, Liu EW, Gao XM, Mao HP. Anti-perimenopausal osteoporosis effects of Erzhi formula via regulation of bone resorption through osteoclast differentiation: A network pharmacology-integrated experimental study.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21;270:113815. DOI: 10.1016/j.jep.2021.113815. PMID: 33444724.
다음에는 골대사에서 통증으로 이동합니다. 천련자+연호색으로 이루어진 금령자산에서, 진통표적이 단순히 겹치는 것인지 아니면 연호색의 tetrahydropalmatine·corydaline·palmatine 같은 alkaloid가 실제로 더 오래 혈액에 남도록 약동학까지 바뀌는지를, 단독투여와 병용투여의 Cmax·AUC·제거속도 자료로 살펴보겠습니다.
#여정자 #한련초 #이지환 #추출법 #골다공증 #한약상호작용 #본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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