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28. 13:28ㆍ한약재 올바르게 알기
한약은 무엇을 섞느냐보다 몇 대 몇으로 섞느냐가 더 중요할까?
배합비는 레시피 숫자가 아니라 약리학적 변수다
같은 황기와 당귀를 씁니다.
한쪽은 1:1. 다른 쪽은 5:1.
재료명만 적으면 같은 약쌍입니다.
하지만 실제 분석을 해 보면 추출되는 성분량도 다르고 생물활성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새로운 약재 하나를 다루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등장했던 질문의 핵심, ratio 자체를 다룹니다.
배합비는 전통 처방의 장식이 아니라 추출화학, PK, PD, 심지어 독성을 바꿀 수 있는 실험변수입니다.
1. 황기:당귀 5:1은 실제로 다른 비율보다 성분과 활성이 달랐다
Dong 등은 2006년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서 황기뿌리(황기)+당귀뿌리(당귀), 즉 당귀보혈탕을 여러 비율로 비교했습니다.
황기:당귀=5:1에서 astragaloside IV, calycosin, formononetin, ferulic acid의 추출량이 높은 방향을 보였습니다.
Osteoblast proliferation, estrogen promoter activation, anti-platelet aggregation assay에서도 5:1이 시험한 비율 중 가장 강한 활성을 나타냈습니다. Dong TTX et al.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2006;54(7):2767-2774.
즉 비율이 용출되는 화학성분량을 바꾸고, 그것이 다시 세포·기능 활성으로 이어졌습니다.
2. 강활·독활에서는 11개 조건을 걸러 7:3이 남았다
42번에서 살펴본 Wu 등의 2022년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연구에서는 독활:강활을 여러 조합으로 비교했습니다.
총 11개 약쌍 sample 가운데 독활:강활=7:3이 최적 후보로 선택됐고, 거기서 다시 9개 active ingredient combination을 만들어 CIA rat에서 효과를 재현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7:3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닙니다. 어떤 endpoint를 기준으로 최적화했느냐입니다.
관절염 점수, 성분함량, 항염반응, 독성 가운데 기준을 바꾸면 최적비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많이 넣을수록 좋다'가 독성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하기도 한다
비율은 효과만 바꾸지 않습니다.
Chen 등은 2012년 Acta Pharmaceutica Sinica에서 팥꽃나무 꽃봉오리(원화)+감초를 여러 비율로 공동탕전했습니다.
감초 비율이 증가할수록 원화의 독성 diterpene인 yuanhuacine, yuanhuadine, yuanhuajine의 용출이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 Chen YY et al. Acta Pharmaceutica Sinica. 2012;47(8):1043-1048.
즉 어떤 비율에서는 효과성분이 아니라 독성성분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원화는 독성 우려가 있는 약재이므로 이 연구의 비율을 자가조제에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4. '최적비율'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비율은 AUC가 가장 높고, 다른 비율은 독성이 가장 낮으며, 또 다른 비율은 효과가 가장 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최적으로 부를 것인가?
현대 약리학에서는 최소한 효능, 독성, PK, 화학적 안정성을 동시에 평가해야 합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5:1이니까 과학적으로도 5:1이 절대값"이라는 식의 논리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5. 제대로 된 비율 연구라면 '총량'을 고정해야 한다
1:1과 5:1을 비교할 때 총투여량 자체가 달라지면 비율효과와 용량효과가 섞입니다.
따라서 연구에서는 총 crude drug equivalent를 고정하고, 비율만 바꾸고, 각 성분의 실제 농도를 LC-MS로 확인하고, 효능·독성을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response-surface analysis나 factorial design을 이용해 단순히 세 비율만 비교하는 것보다 연속적인 최적범위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임상에서는 동물실험의 '최적비율'을 정답표처럼 쓰지 않는다
임상에서 환자에게 설명한다면 저는 "연구에서 7:3이 제일 좋았으니 사람에게도 7:3이 정답"이라고 설명하지 않습니다.
동물 종, 질환모델, 추출방법, 약재산지, 가공법이 달라지면 같은 중량비라도 실제 투여성분의 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성 약재의 배합비는 DIY 실험의 대상이 아닙니다.
황기:당귀와 독활:강활 두 사례는 비율이 성분·활성에 영향을 준다는 걸 보여줬고, 원화:감초 사례는 그 영향이 항상 좋은 방향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셋을 합치면 하나의 원칙이 남습니다. 비율을 하나의 숫자로 고정해 "이게 정답"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 숫자가 어떤 기준(효능인지 독성인지 성분함량인지)으로 골라졌는지를 놓치게 됩니다.
여러 개별 약쌍에서 비율에 따라 화학·약효·독성이 직접 달라지는 자료는 존재합니다. 다만 모든 한약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황금비율 법칙'은 없습니다.
이번 편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한약의 배합비는 레시피가 아니라 하나의 dose-response surface입니다.
참고문헌
- Dong TTX, Zhao KJ, Gao QT, et al. Chemical and biological assessment of a Chinese herbal decoction containing Radix Astragali and Radix Angelicae Sinensis: determination of drug ratio in having optimized properties.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2006;54(7):2767-2774. DOI: 10.1021/jf053163l. PMID: 16569074.
- Wu SS, Xu XX, Shi YY, et al.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22;288:114969. DOI: 10.1016/j.jep.2022.114969. PMID: 34999146.
- Chen YY, Qian DW, Shang EX, et al. Acta Pharmaceutica Sinica. 2012;47(8):1043-1048. PMID: 2316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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