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한동안 비타민D를 불안감으로 먹었습니다. 의사가 "보충을 고려해보자"고 한 말을 "많이 먹어야겠다"로 혼자 번역했고, 그 오해가 꽤 오래갔습니다. 판교 지하 데이터센터에서 냉각설비를 점검하는 일을 하다 보니 창문도 없고 햇빛도 없는 공간에서 하루의 절반을 보냅니다. 그게 불안의 씨앗이었고, 비타민D 한 알이 그 불안을 잠재워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문제는, 어느 순간 제가 먹고 있는 용량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비타민D 과다복용, 고칼슘혈증이 진짜 문제입니다
비타민D는 지용성 비타민입니다. 여기서 지용성이란 물에 녹지 않고 지방에 녹는 성질을 말하는데, 이 때문에 몸 안에서 소변으로 쉽게 빠져나가지 않고 지방 조직과 간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수용성 비타민은 넘치면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비타민D는 그렇지 않습니다. 먹는 양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체내에 축적되고,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제가 한동안 먹은 양은 하루 4,000 IU였습니다. 의사 처방도 아니었고, 혈액검사를 다시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인터넷 후기와 제 불안이 섞여 만들어진 개인 처방이었습니다. 몇 주가 지나자 갈증이 늘었고,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됐으며, 속이 더부룩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필요한 만큼 먹고 있는 걸까, 아니면 불안한 만큼 먹고 있는 걸까."
비타민D를 과하게 복용하면 혈중 칼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고칼슘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고칼슘혈증이란 혈액 안에 칼슘이 과도하게 쌓인 상태를 말하는데, 이 상태가 되면 메스꺼움, 구토, 극심한 갈증, 잦은 소변, 근육 약화, 혼란, 신장결석, 심하면 신장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Mayo Clinic에 따르면 비타민D 독성의 핵심 문제가 바로 이 고칼슘혈증이며, 위장장애, 구토, 근육 약화, 뼈 통증, 신장결석 등이 대표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출처: Mayo Clinic).
"햇빛을 못 보니까 5,000 IU 정도는 그냥 먹어도 되지 않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말에 반대합니다. 체중, 신장 기능, 현재 혈중 수치, 복용 중인 약, 칼슘 섭취량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용량도 어떤 사람에게는 부족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과잉이 됩니다.
비타민D 보충이 특히 조심스러운 경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신장결석 병력이 있는 분: 칼슘뇨 증가로 결석 재발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 신장질환자: 칼슘·인 대사와 신장 손상 위험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 부갑상선 질환자: 비타민D가 칼슘 조절 이상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 이뇨제나 디곡신 등 심장약 복용자: 칼슘 상승 시 전해질과 심장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칼슘제를 함께 먹는 분: 두 가지를 고용량으로 동시에 먹으면 고칼슘혈증 위험이 커집니다.
NIH 영양보충제 정보 사이트는 의료진 지시 없이 하루 4,000 IU를 넘는 장기 복용은 피하라고 안내하며, 혈중 25(OH)D 수치를 기준으로 결핍·충분·과잉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출처: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여기서 25(OH)D란 혈액에서 측정하는 비타민D의 주요 형태로, 체내 비타민D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수치입니다. 저는 이 검사를 혈액 채취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걸 꽤 늦게 알았습니다.
혈중수치와 생활습관, 제가 기준을 바꾼 이유
비타민D가 부족하다는 말이 왜 이렇게 쉽게 과잉 복용으로 이어지냐면, 그 말 자체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뼈가 약해질 수 있다, 면역이 떨어질 수 있다, 피로와 관련 있다는 말을 한꺼번에 들으면 비타민D는 몸 전체를 떠받치는 기둥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면 "적정량"보다 "넉넉하게 많이"를 선택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위험합니다. 부족하다는 말과 많이 먹어도 된다는 말은 전혀 다른 뜻입니다.
비타민D의 적정 혈중 수치 기준을 놓고도 의학계 안에서 의견이 갈립니다. 국내외 의학 기관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고, 현재 권장 혈중 수치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있어 대부분의 사람을 결핍으로 분류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시각도 흥미롭다고 생각하는데, 저로서는 "그러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결론이 아니라 "검사로 내 상태를 먼저 확인하자"는 쪽으로 이해했습니다.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용량을 물었을 때, 의사는 숫자보다 조건을 먼저 말했습니다. 혈중 수치, 나이, 체중, 신장 기능, 칼슘 섭취, 복용 중인 약을 같이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답답했습니다. 숫자 하나만 듣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 맞았습니다. 비타민D 적정용량은 남이 먹는 양이 아니라, 제 몸의 검사 결과와 상태로 정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비타민D가 뼈 건강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맞습니다. 다만 "비타민D만 먹으면 뼈 건강이 해결된다"는 생각은 다릅니다. 정형외과 의사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뼈 건강은 칼슘 섭취, 체중 부하 운동, 낙상 예방, 골밀도 검사, 경우에 따라 약물치료까지 함께 봐야 하는 문제라고요. 저는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햇빛을 피하고, 근력 운동을 미루면서 비타민D 한 알로 뼈를 챙긴다고 믿었습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바로 거기였습니다.
골밀도를 나타내는 T-스코어라는 수치가 있습니다. T-스코어란 같은 성별과 젊은 성인의 평균 골밀도를 기준으로 본인의 뼈 상태를 비교한 값인데, -2.5 이하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합니다. 실제로 골다공증 진단 후 약을 끊고 걷기 운동과 식습관 개선만으로 T-스코어가 개선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비타민D 보충제 없이도 햇빛과 운동이 수치를 올릴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저는 지금도 비타민D를 완전히 끊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기준을 바꿨습니다.
- 검사 없이 고용량을 오래 먹지 않는다.
- 혈중 25(OH)D, 칼슘, 신장 기능을 3~6개월에 한 번씩 확인한다.
- 칼슘제와 동시에 고용량으로 먹지 않는다.
- 비타민D가 들어간 종합비타민, 복합 영양제 등 제품이 겹치는지 확인한다.
- 피로가 생기면 비타민D 탓으로만 몰지 않는다. 빈혈, 갑상선 기능, 혈당, 수면 등 다른 원인을 먼저 살핀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은 하루 600~800 IU 정도가 기본으로 자주 제시되는 권장량입니다. 의료진 지시 없이 하루 4,000 IU를 넘기는 건 안전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점은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비타민D는 좋은 영양소입니다. 하지만 좋은 영양소도 과하면 몸 안에서 길을 막습니다. 저는 예전엔 비타민D를 작은 태양처럼 봤지만, 지금은 조절해야 하는 조명처럼 봅니다. 어두우면 켜야 하지만, 너무 세게 켜면 방이 밝아지는 게 아니라 회로가 탑니다. 비타민D 복용을 고민하고 있다면, 용량을 정하기 전에 혈액검사부터 한 번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불안보다 검사가 더 정확한 기준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비타민D 복용량이나 치료 방향은 반드시 의사 또는 약사와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1. 서울대학교병원, "비타민은 과유불급?": 비타민D는 지용성이라 몸에 축적되기 쉬우며 고용량 섭취 시 칼슘 축적·신장결석·신장 기능 이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2. 서울대학교병원, 구루병: 비타민D 보충과 햇빛 노출이 구루병 예방에 도움이 되고, 결핍성 질환에서는 의료적 용량으로 치료가 이뤄질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3. 삼성서울병원, 골다공증 영양관리: 골다공증 관리에서 칼슘과 비타민D가 충분히 함유된 식품 섭취, 과도한 음주·흡연·카페인·탄산음료 제한 등을 안내합니다.
4.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식이영양: 비타민D는 칼슘 흡수와 뼈 무기질화에 관여하고, 실내 생활이 긴 경우 섭취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5. 보건복지부,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발표: 국민 건강증진과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영양소 적정 섭취 수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6.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활용 자료: 최근 5년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한국인의 비타민D 평균 섭취량이 낮고 충분섭취량 도달 비율이 낮았다고 설명합니다.
7. Mayo Clinic, Vitamin D toxicity: 비타민D 독성의 주요 문제는 고칼슘혈증이며, 위장장애·구토·쇠약·잦은 소변·뼈 통증·신장결석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8. Cleveland Clinic, Vitamin D toxicity: 보충제나 처방 비타민D를 과하게 복용하면 독성이 생길 수 있고, 고칼슘혈증으로 구토·갈증 증가·잦은 소변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9.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Vitamin D Fact Sheet: 혈중 25(OH)D 기준, 과잉 섭취 위험, 성인 상한섭취량 4,000 IU 등 핵심 정보를 제공합니다.
10. MedlinePlus, Hypervitaminosis D: 과도한 비타민D는 혈중 칼슘을 비정상적으로 높여 신장과 연조직, 뼈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11. NHS, Vitamin D: 성인과 11
17세는 하루 100μg, 즉 4,000 IU를 넘기지 말라고 안내하고, 장기 과다 복용은 신장과 심장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12. Harvard Health, Taking too much vitamin D: 의료진 권고가 없다면 하루 100μg, 즉 4,000 IU를 넘기지 말고, 대부분은 하루 600
800 IU 정도면 충분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13. NEJM, VITAL fracture trial: 일반적으로 건강한 중년·노년층에서 비타민D3 보충이 위약보다 골절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14. NEJM, VITAL cancer and cardiovascular trial: 비타민D 보충이 침습성 암이나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낮추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15. Vitamin D Toxicity: A Clinical Perspective: 비타민D 독성은 과도한 장기 섭취와 관련된 고칼슘혈증이 핵심이며, 구토·복통·다뇨·갈증·탈수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