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영양제를 고를 때 성분표 뒤를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습니다. 눈이 침침하면 눈 영양제, 피부가 건조하면 피부 영양제를 집어 들었고, 그 안에 비타민A가 얼마나 겹쳐 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레티놀과 베타카로틴의 차이도 몰랐고, 둘 다 그냥 "비타민A"라는 한 단어로 묶어버렸습니다. 제가 직접 써보고, 의사를 만나고 나서야 그 판단이 얼마나 단순했는지 깨달았습니다.


레티놀과 베타카로틴, 같은 이름이지만 다른 손님
비타민A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눠서 이해해야 합니다. 하나는 레티놀(retinol), 또는 레티닐에스터(retinyl ester) 형태의 프리폼드 비타민A(preformed vitamin A)입니다. 여기서 프리폼드 비타민A란 이미 완성된 형태의 비타민A를 뜻합니다. 간, 달걀, 유제품 같은 동물성 식품에 주로 들어 있고, 몸이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프로비타민 A 카로티노이드(provitamin A carotenoid), 대표적으로 베타카로틴(beta-carotene)입니다. 여기서 프로비타민 A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는 전구체를 의미합니다. 당근, 단호박, 시금치, 케일처럼 색이 짙은 채소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출처: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제가 처음에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고른 이유는 "식물성이니까 당연히 안전하다"는 막연한 믿음이었습니다. 당근에서 오는 성분이라는 이미지가 약보다 음식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당근을 많이 먹는 것과 고용량 베타카로틴 알약을 먹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흡연자나 과거 흡연자에게 고용량 베타카로틴 보충제가 폐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CARET 연구에서도 베타카로틴과 레티닐팔미테이트(retinyl palmitate) 조합 보충이 평균 4년 추적 후 이득을 보이지 않았고 해로운 영향 가능성이 보고되었습니다. 여기서 레티닐팔미테이트란 레티놀과 팔미트산이 결합된 형태의 비타민A 보충제 성분으로, 시중 제품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레티놀 형태입니다.
레티놀형 보충제는 지용성(fat-soluble)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지용성이란 물에 녹지 않고 지방에 녹는 성질로, 체내 지방 조직과 간에 저장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용성 비타민처럼 초과분이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으므로, 과잉 섭취가 쌓이면 독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비타민A를 장기간 보충제로 하루 3,000μg RE를 초과하면 두통, 탈모, 간 손상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임신 중 과잉 섭취를 특히 주의하라고 설명합니다(출처: 삼성서울병원).
눈 침침함을 비타민A 결핍으로 단정하면 놓치는 것들
저는 충북 청주의 한 기록물 보존센터 지하 촬영실에서 이상함을 처음 느꼈습니다. 조도를 낮춘 촬영 환경에서 작은 표시등이 예전보다 늦게 보였고, 야간 운전 때 헤드라이트 빛이 예전보다 거칠게 번졌습니다. 고서 복원 촬영을 하다 보면 저조도 환경에서 미세한 먹 번짐까지 포착해야 하는데, 눈의 어두운 환경 적응 능력이 떨어지면 작업 자체가 흔들립니다. 저는 곧바로 야맹증(night blindness)을 떠올렸습니다. 야맹증이란 어두운 환경에서 시각이 현저히 저하되는 증상으로, 망막의 간상세포(rod cell)가 빛을 감지하는 과정에서 비타민A 유도체인 레티날(retinal)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타민A 결핍과 연관됩니다.
그런데 제가 만난 안과 의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간 시야가 불편하다고 비타민A부터 먹는 것은 순서가 아닙니다. 망막 문제인지, 각막과 눈물막 문제인지, 수정체 문제인지 먼저 봐야 합니다." 이 말이 꽤 불편하게 들렸습니다. 저는 눈이 불편하다는 신호를 너무 빠르게 영양제 문제로 바꿔버렸고, 검사 없이 추측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비타민A는 야간 시야에 관여하는 것이 맞지만, 모든 눈 침침함의 원인이 비타민A 결핍인 것은 아닙니다.
가정의학과 의사가 지적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습니다. 제 서랍에는 종합비타민, 눈 영양제, 오메가3 복합 제품이 따로따로 있었는데, 각각 뒤쪽 성분표를 합산해보면 비타민A가 겹쳐 들어오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했습니다. 비타민A 중복 섭취 위험이 있는 제품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종합비타민: 대부분 레티놀 또는 레티닐팔미테이트 형태로 비타민A 포함
- 눈 건강 영양제: 루테인·지아잔틴 외에 비타민A를 함께 넣는 제품 많음
- 간유(cod liver oil, 대구간유): 비타민A와 비타민D가 동시에 농축된 형태
- 피부 영양제: 레티놀 표기 제품에 흡수형 비타민A 포함 가능
이 네 가지를 동시에 먹으면 하루 총량이 예상을 넘기 쉽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제품 하나하나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합치면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음식과 보충제 사이에서 실제로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저는 처음에 음식으로 비타민A를 채우려다 며칠 못 가고 포기했습니다. 당근, 시금치, 단호박, 달걀을 챙기다 보면 반찬 준비 자체가 일이 됩니다. 반면 보충제는 뚜껑 열고 한 알이면 끝이었습니다. 그 편리함이 문제였습니다. 편리함이 생각을 대신하기 시작했고, 어떤 형태인지, 얼마나 들어 있는지, 다른 제품과 겹치는지 확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음식에서 얻는 비타민A는 단일 성분으로 집중되지 않습니다. 당근에는 베타카로틴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달걀은 단순한 레티놀 캡슐이 아닙니다. 여러 영양소가 함께 들어오기 때문에 특정 성분만 갑자기 치솟기 어렵습니다. 음식이 느리고 귀찮은 이유가 동시에 안전장치가 되는 셈입니다.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도 식품에서 얻는 비타민A와 과일·채소의 이점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지만, 보충제의 건강 이점은 덜 명확하다고 설명합니다.
비타민A 보충제를 선택해야 한다면, 이 순서를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안전합니다.
- 제품 성분표에서 레티놀, 레티닐팔미테이트, 레티닐아세테이트, 베타카로틴 중 어떤 형태인지 먼저 확인한다.
- 종합비타민, 눈 영양제, 간유를 동시에 복용 중이라면 비타민A 총량을 합산해서 본다.
- 흡연 중이거나 과거 흡연력이 있다면 고용량 베타카로틴 보충제는 피한다.
- 임신 가능성이 있다면 레티놀형 비타민A 함량을 반드시 확인하고 의료진과 상의한다.
- 눈 증상이 지속된다면 영양제를 늘리기 전에 안과 검사를 먼저 예약한다.
제가 고서 촬영 작업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조도 설정입니다. 너무 어두우면 글자가 안 보이고, 너무 밝으면 오래된 종이가 상합니다. 비타민A도 그와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부족하면 눈과 점막이 힘들어지지만, 과하면 간과 뼈, 임신 중이라면 태아에게 다른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저는 음식을 먼저 챙기는 방향으로 기준을 바꿨습니다. 보충제는 결핍이 확인되거나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만 신중하게 씁니다. 종합비타민과 눈 영양제를 동시에 먹던 습관도 정리했습니다. 영양제는 지름길처럼 보이지만, 몸은 늘 지름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당근을 씻고 달걀을 삶는 느린 과정이 가장 안전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문제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서울대학교병원은 비타민A가 시각, 세포 분화·성장, 면역, 생식기능에 관여하지만 정상 식사를 하는 경우 부족하기 어렵고, 과량 섭취 시 골절 위험 등을 언급하며 고함량 복용을 피하라고 설명합니다. 삼성서울병원은 비타민A가 피부와 시각, 항산화와 관련되지만 장기간 보충제로 하루 3,000㎍RE를 초과하면 두통, 탈모, 간손상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임신 중 과잉섭취를 주의하라고 설명합니다. 삼성서울병원 카로티노이드 자료는 베타카로틴이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될 수 있지만, 보충제로 과잉 섭취할 경우 암 관련 위험이 보고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비타민과 무기질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국가 건강정보 자료를 제공합니다. Mayo Clinic은 비타민A가 성장, 시각, 세포 기능에 필요하지만, 다양한 음식을 먹는 대부분의 사람은 보충제가 필요하지 않고 과다 복용은 해로울 수 있으며 임신 중 과다 섭취는 선천성 결손과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는 비타민A를 레티놀·레티닐에스터 같은 preformed vitamin A와 베타카로틴 같은 provitamin A carotenoids로 나누어 설명하고, 성인 권장량·상한섭취량·식품원·보충제 형태를 정리합니다. MedlinePlus는 레티놀은 동물성 식품과 강화식품에 있고, 베타카로틴은 몸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는 식물 색소이며, 베타카로틴 보충제는 흡연자·과거 흡연자·석면 노출자에서 암 위험 증가와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는 성인 비타민A 권장량과 레티놀 상한섭취량을 제시하며, 식품에서 얻는 비타민A와 과일·채소의 이점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지만 보충제의 건강 이점은 덜 명확하다고 설명합니다. 2022년 PMC 리뷰는 베타카로틴 보충이 폐암 위험 증가와 관련되었다는 결과를 제시해, 특히 흡연자에서 고용량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조심해야 한다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CARET 연구는 베타카로틴과 레티닐팔미테이트 조합 보충이 평균 4년 추적 후 이득을 보이지 않았고, 해로운 영향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임신 중 비타민A 관련 리뷰 논문은 임신 중 레티놀 과다 섭취가 태아 기형 위험과 연결될 수 있어 보충제 형태와 용량 확인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