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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비타민 B 오남용 (말초신경병증, 중복섭취, 활성형)

by 아론햇살 2026. 6. 27.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타민 B가 손발 저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을, 피로할 때마다 비타민 B를 챙겨 먹던 사람한테 하면 대부분 믿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수용성이라 남는 건 소변으로 빠진다"는 말을 너무 단순하게 받아들인 게 문제였습니다.

고용량 비타민 b 추천

새벽 3시, 발바닥이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강이현 씨는 전남 신안군 증도의 폐소금창고를 미디어 전시장으로 꾸미는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전시 개막을 앞둔 며칠 동안 밤샘 작업이 이어졌고, 피로를 버티기 위해 약국에서 산 고함량 비타민 B 복합제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편의점 에너지 음료, 비타민 B가 들어간 마그네슘 제품, 종합비타민까지 함께 복용했습니다.

그가 나중에 제품들을 한자리에 모아봤을 때, 비타민 B6만 해도 여러 제품에 걸쳐 겹쳐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각 제품의 함량은 크지 않아 보였지만, 합산하면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2026년 4월 22일 새벽 3시 12분, 천장에 빔프로젝터 케이블을 묶고 내려오던 그는 발바닥이 뜨겁게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손끝에는 전기가 흐르듯 찌릿한 감각이 왔고, 얼굴은 갑자기 달아올랐습니다. 며칠 뒤에도 발끝 저림과 손가락 감각 이상이 반복되자 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런 증상을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이라고 합니다. 말초신경병증이란 뇌와 척수 바깥에 있는 신경, 즉 팔다리 끝까지 이어지는 말초신경이 손상되거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손발 끝이 타는 듯하거나,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비타민 B6, 즉 피리독신(pyridoxine)을 과량 섭취했을 때 이 말초신경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피리독신이란 우리 몸에서 에너지 대사, 신경전달물질 합성, 면역 기능 등에 관여하는 수용성 비타민입니다. 문제는 피리독신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몸 안에서 실제로 작용해야 하는 활성형 성분인 피리독살-5-인산(PLP, Pyridoxal-5-Phosphate)의 기능을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PLP란 비타민 B6가 체내에서 전환된 활성 형태로, 100가지가 넘는 효소 반응의 조효소로 쓰이는 핵심 물질입니다. 비활성형 피리독신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PLP와 자리를 두고 경쟁하면서 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2023년 Muhamad R. 등의 리뷰 논문에 따르면, 비타민 B6의 결핍뿐만 아니라 과다 섭취 역시 말초신경병증의 위험 요인으로 보고됩니다(출처: PubMed).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2023년 비타민 B6 피리독신의 상한 섭취량을 하루 12mg으로 대폭 낮췄습니다. 이전까지 미국, 한국, 일본 등에서 100mg을 기준으로 삼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보수적인 수치입니다.

강이현 씨가 제품 성분표를 뒤늦게 들여다봤을 때 든 생각이 저도 공감됩니다. "나는 건강을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광고 문구를 모아 먹고 있었던 거구나." 이 한 문장이 비타민 B 오남용의 본질을 정확히 짚고 있다고 봅니다.

비타민 B6 중복 섭취 위험을 높이는 주요 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함량 비타민 B 복합제 + 에너지 음료: 에너지 음료에도 비타민 B6가 10~25mg 수준으로 들어 있는 제품이 많습니다.
  • 마그네슘 제품 + 종합비타민: 마그네슘 흡수를 돕기 위해 비타민 B6를 함께 넣는 제품이 많아 중복이 쉽게 발생합니다.
  • 피로회복 앰플 + 비타민 B 복합제: 약국에서 파는 피로회복 앰플 제제에도 B6가 포함된 경우가 있습니다.

"수용성이라 안전하다"는 말,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비타민 B군이 수용성이라는 사실은 맞습니다. 지용성 비타민인 A, D, E, K처럼 지방 조직에 축적되지 않고, 남은 양은 소변으로 배출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독성이 낮고 안전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설명이 너무 단순하게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수용성이라 안전하다"는 말이 어느 순간 "많이 먹어도 된다"로 둔갑하는 과정이 문제입니다. 비타민 B6는 수용성임에도 불구하고 과량 섭취 시 감각신경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NIH에서도 명확히 경고하고 있습니다(출처: NIH ODS).

감각신경병증(sensory neuropathy)이란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이 손상되어 통증, 저림, 화끈거림, 감각 소실 등이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운동 기능이나 자율 기능보다 감각 기능이 먼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초기에는 단순한 피로나 수족냉증으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비타민 B군에서 상한 섭취량이 공식적으로 설정된 성분은 세 가지입니다. 비타민 B3(나이아신), 비타민 B6(피리독신), 비타민 B9(엽산)입니다. 나이아신은 과다 섭취 시 혈관 확장으로 인한 홍조와 작열감이 나타날 수 있고, 요산 배출을 방해해 통풍 환자에게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엽산은 고용량 섭취 시 비타민 B12 결핍으로 인한 거대적혈모구빈혈(megaloblastic anemia)을 가려버릴 수 있습니다. 거대적혈모구빈혈이란 비타민 B12나 엽산 결핍으로 인해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만들어지는 빈혈로,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엽산이 빈혈 수치를 교정하면 신경 손상 진행을 놓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용량 관리가 중요합니다.

제 생각에 비타민 B 오남용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피곤하면 쉬어야 하는데, 쉬는 대신 영양제를 더 추가하는 패턴 자체가 몸의 경고를 덮어버리는 행동입니다. 피로, 어지러움, 손발 저림은 비타민 B 결핍에서도 나타나지만, 빈혈, 갑상샘 질환, 당뇨, 수면 부족, 불안 등 다른 원인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납니다. 증상의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영양제로 덮으면, 진짜 치료가 필요한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강이현 씨는 병원 상담 후 복용 중인 제품을 모두 가져가 성분이 겹치는 것들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피곤할 때마다 영양제를 추가하기보다, 수면 시간과 식사, 카페인 섭취, 야간 작업 횟수부터 먼저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이 순서가 맞다고 봅니다.

비타민 B 함유 음식
비타민 B 함유 음식


비타민 B를 먹고 있다면 지금 당장 확인해볼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내가 지금 먹는 제품들 안에 비타민 B6가 몇 mg 들어 있는지, 그 합계가 얼마인지입니다. 성분표를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면, 오늘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거나 복용 중인 영양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 서울아산병원, 거대적혈모구빈혈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