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두 개를 섞으면 정말 효과가 세질까?
상수(相須)를 현대 약리학으로 설명하면
1. 왜 이런 이야기가 생겼을까?
진통제 두 알을 먹는다고 효과가 반드시 두 배가 되지는 않습니다. 한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약재 두 가지를 함께 쓴다고 무조건 약효가 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전통 본초학에는 비슷한 작용을 가진 약을 함께 써서 서로의 작용을 돕는 상수(相須)라는 배합 관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옛사람은 혈중농도도, 수용체도 측정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런 관계를 만들었을까요?
현대 약리학에서 이 질문을 다시 보면 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두 약의 작용이 단순히 더해질 수도 있고, 서로 다른 표적을 건드릴 수도 있으며, 한쪽 약이 다른 약의 흡수와 체내 노출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론 상수를 synergism, additive effect, bioavailability라는 세 가지 축으로 해석하도록 잡고 있습니다.
2. 전통 본초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했을까?
상수(相須)는 비슷한 효능 방향을 가진 두 약이 서로 필요한 관계가 되어 작용을 강화한다고 보는 배합법입니다. 쉽게 말하면 같은 목적을 향하는 두 약을 함께 쓰는 것입니다. 칠정(七情) 가운데 상사(相使)가 한 약이 다른 주된 약을 돕는 관계에 가깝다면, 상수는 두 약이 비슷한 방향에서 서로 힘을 보탠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곧바로 현대 약리학의 ‘시너지’와 같은 개념이라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전통의 상수는 관찰된 치료 방향을 분류한 개념이고, 현대의 시너지는 정해진 실험모델과 용량 조건에서 조합 효과가 예상치를 넘어서는지를 따지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현대 리뷰에서도 한약 배합의 상승 현상을 물리화학적 변화, 약동학적 변화, 약력학적 변화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습니다.
3. 첫 번째 약재에는 어떤 성분이 있을까?
대표 사례로 지모 뿌리줄기(지모)를 보겠습니다. 지모에는 timosaponin AIII, timosaponin BII·BIII 같은 steroidal saponin과 mangiferin, neomangiferin 등이 들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timosaponin AIII는 먹는다고 전부 몸속으로 들어오는 성분이 아닙니다. 쥐와 Caco-2 장상피 모델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경구 생체이용률이 약 9%로 낮았고, 낮은 용해도와 장 투과성이 그 원인으로 제시됐습니다. P-gp라는 배출 수송체의 영향도 관찰됐습니다. P-gp는 장세포 안으로 들어온 일부 물질을 다시 장 쪽으로 내보내는 ‘배출 펌프’와 비슷한 단백질입니다.
즉 지모의 성분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성분이 실제 혈액에 충분히 도달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4. 두 번째 약재에는 어떤 성분이 있을까?
천연 석고(석고)는 식물약이 아닙니다. 주성분은 함수 황산칼슘인 calcium sulfate dihydrate, 즉 CaSO₄·2H₂O입니다. 따라서 지모와 석고를 함께 볼 때는 ‘사포닌 두 종류가 같은 수용체를 자극한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연구에서 주목한 것은 칼슘 이온과 장 흡수 환경입니다. 지모와 석고가 포함된 처방을 이용한 생쥐 연구에서는 석고량이 증가하면서 탕액의 칼슘 농도가 올라갔고, 특정 알레르기 반응 모델에서 억제 효과가 커졌습니다. 지모와 석고만 함께 달인 추출물도 해당 모델에서 활성을 보였지만 두 약재 각각은 같은 효과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5. 두 약재가 만나면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연구자들은 석고에서 유래한 칼슘이 지모 성분의 장 흡수를 높여 효과 변화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지모의 timosaponin AIII도 후보 성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선이 있습니다. 해당 동물실험은 칼슘이 timosaponin AIII의 흡수를 직접 얼마나 증가시켰는지까지 입증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도 이 부분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석고의 칼슘이 timosaponin AIII를 흡수시킨다”고 확정해서는 안 됩니다.
상수형 배합에서는 이런 현상이 다른 방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황 줄기(마황)와 계피나무 어린 가지(계지)를 함께 사용한 쥐 연구에서는 배합비에 따라 ephedrine, pseudoephedrine 등 마황 알칼로이드의 Cmax, 반감기, 체류시간이 달라졌습니다. 즉 배합은 약효뿐 아니라 약이 몸속에 머무는 방식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6. 현대 약리학으로 보면
지모 → timosaponin 등 활성성분
+
석고 → Ca²⁺ 증가
↓
장내 환경·성분 흡수 변화 가능
↓
지모 유래 활성성분의 체내 노출 증가 가능
↓
동물모델에서 약리효과 강화
↓
전통의 상수와 연결할 수 있는 후보 기전
여기서 상가효과(additive effect)와 상승효과(synergy)도 구분해야 합니다. 1의 효과를 내는 약 A와 1의 효과를 내는 약 B를 함께 썼을 때 단순히 예상되는 만큼 효과가 더해지는 것은 상가효과입니다. 정해진 분석법에서 그 예상치를 넘어서는 상호작용이 확인돼야 엄밀한 의미의 시너지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의 상수를 발견했다고 해서 곧바로 현대 약리학적 시너지가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7. 연구에서는 실제로 무엇이 관찰됐을까?
현대 연구는 상수와 비슷한 배합 효과가 한 가지 방식으로만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지모·석고 연구에서는 칼슘과 장 흡수 변화가 후보 기전으로 제시됐고, 마황·계지 동물실험에서는 배합비에 따라 마황 알칼로이드의 약동학이 달라졌습니다.
또 작약뿌리(백작약)와 감초뿌리(감초)를 이용한 Caco-2 연구에서는 작약의 paeoniflorin과 감초의 liquiritin이 단일성분 상태보다 생약 추출물 상태에서 장상피 투과가 높아졌습니다. paeoniflorin과 liquiritin은 P-gp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 역시 배합 효과를 ‘같은 표적을 두 번 자극한다’는 설명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입니다.
다만 이 자료들은 대부분 세포 또는 동물 수준입니다. 사람에서 상수 약쌍의 임상효과가 같은 기전으로 강화된다고 확정할 수준의 자료는 아직 제한적입니다.
8.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상수’를 실험에서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입니다. 효과가 커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시너지인지, 단순 상가효과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배합 전후의 용량-반응 관계를 비교하고 적절한 시너지 분석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기존 리뷰에서도 복합 생약 연구는 성분 수가 많고 실험법이 일정하지 않아 시너지가 과도하게 해석될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또 혈중농도가 높아진다고 반드시 약효가 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특정 성분의 농도가 낮아져도 다른 성분과 표적의 작용 때문에 전체 효과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합 연구에서는 약동학(PK)과 약력학(PD)을 따로 본 뒤 다시 연결해야 합니다.
9. 전통 설명과 현대 설명을 비교하면
전통에서는 비슷한 치료 방향의 두 약이 서로 작용을 강화하는 현상을 상수라고 정리했습니다. 옛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Cmax나 AUC가 아니라 실제 배합했을 때 반복해서 관찰되는 결과였습니다.
현대적으로 다시 표현하면, 상수형 배합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나누어 확인해야 합니다. 두 약의 성분이 같은 또는 보완적인 분자표적에서 작용할 수 있고, 한쪽이 다른 쪽의 용출이나 장 흡수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며, 그 결과 체내 노출과 최종 약리효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통의 상수가 현대의 synergy와 정확히 같은 말은 아닙니다. 다만 옛사람이 결과로 분류했던 ‘서로 돕는 배합’을 현대 연구가 성분과 약동학, 약력학의 단계로 나누어 역추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재 근거에 더 가깝습니다.
10. 핵심 요약
- 상수(相須)는 비슷한 효능 방향의 약재가 서로 작용을 돕는 전통 배합 관계입니다.
- 상수와 현대 약리학의 시너지는 같은 개념이 아니며, 단순 상가효과와도 구분해야 합니다.
- 현대 연구에서는 약력학뿐 아니라 용출, 장 흡수, 생체이용률 같은 약동학 변화도 배합 효과에 관여할 수 있습니다.
- 지모·석고, 마황·계지, 작약·감초 연구에서 이런 후보 기전이 세포와 동물 수준에서 관찰됐습니다.
- 사람에서 상수의 임상적 상승효과가 보편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근거 수준: B
상수와 관련된 직접 약쌍 연구와 세포·동물 약동학 자료가 존재하며, 물리화학·PK·PD를 통한 상승 기전을 정리한 리뷰도 있습니다. 그러나 약쌍별 근거의 편차가 크고 엄밀한 시너지 분석과 사람 대상 임상자료는 제한적입니다. B는 전임상 기전 근거가 있다는 뜻이며, 사람에서 치료효과가 완전히 입증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안전성 주의
배합으로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개인이 약재를 임의로 섞어 복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약재의 종류와 용량, 법제, 탕전법에 따라 성분 노출과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마황처럼 약리활성이 뚜렷한 약재는 개인적인 배합 실험에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참고자료
- Wang X, Shi X, Xi Z, et al. The scientific basis of synergy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physicochemical, pharmacokinetic, and pharmacodynamic perspectives. Chinese Medicine. 2026;21:15.
- Li M, et al. A comprehensive review on pharmacokinetic mechanism of herb-herb/drug interactions in Chinese herbal formula. Pharmacology & Therapeutics. 2024.
다음 글 예고
3번에서는 “‘주약을 돕는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무슨 뜻일까?”라는 질문으로 상사(相使)를 살펴봅니다. 황기와 당귀를 중심으로 한 약이 다른 약의 용출과 장 투과를 바꾸는 과정을 현대 약리학으로 풀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