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올바르게 알기

인진호와 치자는 담즙을 더 많이 만들까?

Aron이 드리는 정보의 바다 2026. 9. 6. 00:00

인진호와 치자는 담즙을 더 많이 만들까?

황달에 함께 쓰던 두 약재를 따라가 보니 핵심은 '담즙 생산'보다 '교통정리'에 가까웠다

간세포를 작은 물류센터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콜레스테롤을 원료로 담즙산을 만들고, 혈액에서 담즙산을 받아들이고, 필요한 만큼 가공한 뒤, 마지막에는 담세관 쪽으로 내보냅니다.

그렇다면 담즙정체가 생겼을 때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담즙을 더 많이 만들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일 수 있습니다.

이미 빠져나가지 못한 담즙산이 간세포 안에 쌓이고 있다면 생산량을 더 늘리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 약리학에서 담즙정체를 연구할 때는 단순히 "담즙분비가 증가했는가?"만 보지 않습니다.

담즙산을 만드는 CYP7A1, 혈액에서 받아들이는 OATP·NTCP, 담세관으로 내보내는 BSEP·MRP2, 그리고 이 전체 시스템을 조절하는 FXR 같은 신호를 함께 봅니다.

이번 약쌍은 인진호 지상부(인진호·Artemisia capillaris)+치자 열매(치자·Gardenia jasminoides)입니다.

두 약재는 황달·간담도 질환과 관련된 처방에서 자주 함께 등장합니다.

그런데 논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나옵니다.

두 약재를 함께 분석한 연구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진호+치자가 FXR-BSEP를 함께 활성화한다"는 분자기전까지 약쌍 자체에서 직접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그 경계를 따라가겠습니다.


1. 담즙정체는 '담즙이 부족한 병'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꼬인다

담즙산은 주로 간에서 콜레스테롤로부터 만들어집니다. 그중 CYP7A1은 고전적 담즙산 합성경로에서 매우 중요한 효소입니다.

만들어진 담즙산은 간세포 밖으로 빠져나가 담즙을 통해 장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핵심적인 수송체 가운데 하나가 BSEP(bile salt export pump)입니다.

정상적인 흐름을 단순화하면 콜레스테롤 → CYP7A1 등 → 담즙산 생성 → BSEP·MRP2 등을 통한 배출 → 담즙 → 장이 됩니다.

그런데 담즙정체에서는 이 흐름이 막힙니다. 그래서 치료적으로 유리한 변화는 반드시 담즙산 생성 증가일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담즙산 합성 감소, 간으로 들어오는 담즙산 감소, 간세포 밖으로 내보내는 담즙산 증가가 더 합리적인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황달 증상으로 오신 분들 중에 "담즙을 더 나오게 하는 약을 달라"고 직접 요청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이 구조부터 설명해 드립니다. 생산을 늘리는 것과 정체를 푸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걸 먼저 이해하셔야 하거든요.

이번 인진호+치자 연구를 이해하려면 이 구조가 먼저 필요합니다.


2. 두 약재를 같이 추출했더니 46개의 화합물이 잡혔다

인진호+치자는 단지 고전 처방에서 함께 등장하는 조합만은 아닙니다. 약쌍 자체를 화학적으로 분석한 직접 연구가 있습니다.

Fu 등은 2014년 Biomedical Chromatography에서 인진호+치자 약쌍 추출물을 HPLC-Q-TOF-MS/MS로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약쌍 추출물에서 총 46개의 화합물을 잠정 동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인진호에서 유래한 것으로 분류된 성분이 17개, 치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분류된 성분이 36개였으며 일부 성분군은 양쪽과 관련돼 있어 단순 합계와 전체 고유성분 수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특히 치자에서 유래하는 여러 iridoid glycoside들이 확인됐습니다. Fu Z et al. Biomedical Chromatography. 2014;28(4):475-485.

즉 인진호+치자는 scoparone 하나, geniposide 하나로 이루어진 약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coumarin, phenolic acid, flavonoid, iridoid glycoside 등 여러 성분군이 함께 존재하는 복합 추출물입니다.

이 점이 뒤에서 다시 중요해집니다. 대표성분 두 개의 기전을 알아도 전체 약쌍의 기전을 그대로 확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3. 인진호의 scoparone은 BSEP를 혼자 켠 것이 아니었다

인진호에서 대표적으로 연구되는 성분 가운데 하나가 scoparone, 즉 6,7-dimethoxycoumarin입니다.

담즙정체와 관련해 scoparone을 다룬 연구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Yang 등은 2011년 British Journal of Pharmacology에서 primary human hepatocyte와 Huh7 세포를 이용해 scoparone과 BSEP 발현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scoparone 단독은 사람 BSEP나 UGT1A1 발현을 뚜렷하게 증가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담즙산인 chenodeoxycholic acid(CDCA)와 함께 처리하면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Scoparone은 CDCA가 일으키는 BSEP 발현 증가를 강화했습니다. 또한 CYP1A2를 발현시켰을 때 이 효과가 더 강해졌고, PKC 억제제를 처리하면 강화효과가 사라졌습니다. Yang D et al. British Journal of Pharmacology. 2011;164(5):1547-1557.

정리하면 scoparone 단독으로는 BSEP를 강하게 직접 활성화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CDCA-FXR 환경에서 CYP1A2 대사와 PKC 신호를 거쳐 BSEP 전사 활성을 강화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즉 인진호의 대표성분조차 단순한 "담즙분비 촉진제"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담즙산 신호의 반응성을 조절하는 물질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치자의 geniposide는 '만드는 것'과 '내보내는 것'을 동시에 조절했다

치자 열매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는 성분 가운데 하나가 geniposide입니다.

Wang 등은 2017년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서 ANIT로 담즙정체를 유도한 Sprague-Dawley 쥐를 대상으로 geniposide를 연구했습니다.

Geniposide는 25, 50, 100 mg/kg을 7일간 경구투여했고, 5일째 ANIT 75 mg/kg으로 담즙정체를 유도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geniposide는 용량의존적으로 간손상 관련 혈청지표의 악화를 줄였습니다.

담즙산 대사에서는 여러 단계가 동시에 변했습니다. 혈액에서 간세포로 담즙산을 받아들이는 OATP2는 감소했고, 담즙산 합성에 관여하는 CYP7A1, CYP8B1, CYP27A1은 감소했습니다. 반대로 담즙산을 담세관으로 내보내는 BSEP는 증가했고, 담즙 흐름도 증가했습니다. 또 FXR·PXR·SHP 신호 활성화가 관찰됐습니다. Wang L et al.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17;196:178-185.

정리하면 geniposide는 담즙산을 새로 만드는 속도를 줄이고, 간으로 받아들이는 양을 줄이고, 담세관으로 내보내는 능력을 늘려서 간 안의 담즙산 축적을 완화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치자의 작용을 "담즙을 많이 만든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담즙산의 생산·유입·배출을 다시 조정한다고 표현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5. FXR-BSEP 연결은 세포 수준에서도 더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Wang 등의 2017년 연구 이후 geniposide가 BSEP를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더 깊게 파고든 연구가 나왔습니다.

Wu 등은 2018년 RSC Advances에서 HepG2 세포와 담즙정체 마우스를 이용했습니다.

Geniposide 처리 후 BSEP 발현이 증가했고, FXR이나 Nrf2를 knockdown하면 BSEP 증가효과가 감소했습니다.

특히 연구진은 luciferase reporter assay와 ChIP 분석을 통해 geniposide가 FXR 의존적인 BSEP promoter 활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을 확인했습니다. 또 FXR과 함께 작동하는 PGC-1α와 CARM1 같은 coactivator가 BSEP promoter에 더 많이 모집되는 현상도 관찰했습니다. Wu G et al. RSC Advances. 2018;8(65):37117-37128.

즉 치자의 한 후보경로는 geniposide → FXR 활성 조절 → PGC-1α·CARM1 등 전사 보조인자 → BSEP 전사 증가 → 담즙산 배출 증가로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붙여야 할 문장이 있습니다. 이것은 geniposide 단일성분 연구이지 인진호+치자 약쌍을 투여한 실험이 아닙니다.


6. 더 많이 쓰면 더 좋을까? Geniposide에서는 정반대 결과도 있다

이 부분은 특히 중요합니다.

Geniposide가 담즙정체 모델에서 FXR과 BSEP를 조절했다고 해서 양이 많을수록 좋은 것은 아닙니다.

Ding 등 연구진은 2017년 Scientific Reports에서 정상 수컷 Sprague-Dawley 쥐에게 geniposide를 100 또는 300 mg/kg으로 3일간 경구투여했습니다.

고용량인 300 mg/kg에서는 간 조직 손상과 ALT·AST·ALP·γ-GT 상승이 나타났고, 간의 총 담즙산도 증가했습니다. 또 FXR, SHP, BSEP 발현이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즉 담즙정체 모델의 적정 범위에서는 FXR·BSEP 조절이 보호효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과도한 geniposide 노출에서는 FXR·SHP·BSEP가 오히려 감소하면서 담즙산이 축적되고 간손상으로 이어지는 반대 방향도 존재합니다.

이것은 23번 지각+후박에서 살펴본 용량-반전과는 기전이 다르지만 중요한 원리는 같습니다. 천연성분도 용량에 따라 약리작용과 독성작용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자가 황달에 쓰였다는 전통적 사실을 근거로 geniposide 고용량 섭취를 안전하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7. 그렇다면 인진호+치자의 배합효과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

여기서 이 글의 핵심 경계선이 나옵니다.

현재 직접 확인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Fu 등의 2014년 연구에서는 인진호+치자 약쌍 추출물 자체의 화학성분을 직접 분석했습니다. 반면 scoparone → CYP1A2·PKC·BSEP 관련 연구, geniposide → FXR·BSEP·CYP7A1 관련 연구는 각각 대표성분을 사용한 실험입니다.

따라서 현대적으로는 이런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인진호의 scoparone 등이 담즙산 신호에 대한 BSEP 반응성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고, 치자의 geniposide 등이 FXR-BSEP 활성, 담즙산 합성 억제, 담즙산 유입 감소를 통해 담즙산 항상성의 서로 다른 단계에서 역할을 분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화살표에 "직접 약쌍 실험에서 분자적으로 확정"이라는 도장을 찍을 수는 없습니다.

현재의 더 정확한 표현은 "두 약재의 주요 성분이 담즙산 항상성의 서로 다른 단계를 조절하므로 기능적 상호보완 가능성이 제시된다"입니다.

이것이 상사나 군신 관계를 현대적으로 이야기할 때 필요한 선입니다. 전통적인 역할분담과 현대의 분자기전을 연결할 수는 있지만, 연결 가능성과 직접 증명은 다른 말입니다.


8. 인진호탕 연구를 그대로 두 약재의 증거라고 쓰면 안 된다

여기에서 자주 생기는 오류가 하나 있습니다.

고전적인 인진호탕(Yinchenhao Decoction)은 인진호와 치자 두 약재만으로 이루어진 처방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구성에는 인진호, 치자, 대황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인진호탕 전체에서 FXR이나 장내미생물 변화가 확인됐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인진호+치자 두 약재의 효과라고 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Li 등은 2025년 Pharmaceuticals에서 ANIT 담즙정체 마우스에게 인진호탕을 3 또는 9 g/kg으로 7일간 투여했습니다.

연구에서는 담즙산 항상성이 개선되고 FXR-FGF15 신호가 회복됐으며 hepatic Cyp7a1이 억제되는 방향이 관찰됐습니다. 또 Bsep·Mrp2 같은 담즙산 배출 관련 수송체도 회복 방향을 보였습니다.

16S rRNA 분석과 담즙산 metabolomics뿐 아니라 항생제로 장내미생물을 고갈시키는 실험과 FMT까지 시행했고, 항생제 처리 시 인진호탕의 효과가 크게 약해졌습니다. Li W et al. Pharmaceuticals. 2025;18(7):932.

결과 자체는 주목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인진호+치자+대황이라는 전체 처방 연구입니다. 따라서 인진호+치자 → 장내미생물 → FXR-FGF15라고 확정해서는 안 됩니다.

정확한 표현은 인진호탕 전체에서는 microbiota-FXR-FGF15 축이 직접 연구됐지만, 그 효과 가운데 인진호+치자 두 약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분리되지 않았다입니다.


9. 임상적 설명에서는 '담즙을 빼주는 약'이라고 단순화하지 않는 편이 낫다

임상에서 환자에게 인진호와 치자를 설명한다면 저는 "담즙을 많이 나오게 해서 황달을 없애는 약"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하지 않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담즙정체는 원인 자체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담관이 물리적으로 막힌 경우, 약물 때문에 담즙수송체 기능이 떨어진 경우,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경우, 간세포 자체의 손상이 심한 경우는 서로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또 동물실험에서 geniposide가 BSEP를 증가시킨 결과가 있다고 해서 실제 환자가 치자를 많이 복용하면 담즙정체가 치료된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오히려 고용량 geniposide에서는 반대 방향의 간독성 자료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설명한다면 인진호와 치자의 주요 성분이 담즙산의 합성·유입·배출을 조절할 가능성은 전임상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두 약재만의 최적 배합과 사람에서의 임상효과는 아직 별도로 검증할 부분이 많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가장 중요한 결론은 이것입니다. 전통의 배합이론을 현대적으로 검증하려면 각 약재의 기전을 따로 알아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두 약을 실제로 함께 투여하고 단독군과 직접 비교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1. Fu Z, Ling Y, Li Z, Chen M, Sun Z, Huang C. HPLC-Q-TOF-MS/MS for analysis of major chemical constituents of Yinchen-Zhizi herb pair extract. Biomedical Chromatography. 2014;28(4):475-485. DOI: 10.1002/bmc.3057. PMID: 24122818.
  2. Yang D, Yang J, Shi D, Deng R, Yan B. Scoparone potentiates transactivation of the bile salt export pump gene and this effect is enhanced by cytochrome P450 metabolism but abolished by a PKC inhibitor. British Journal of Pharmacology. 2011;164(5):1547-1557. DOI: 10.1111/j.1476-5381.2011.01522.x. PMID: 21649640.
  3. Wang L, Wu G, Wu F, Jiang N, Lin Y. Geniposide attenuates ANIT-induced cholestasis through regulation of transporters and enzymes involved in bile acids homeostasis in rats.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17;196:178-185. DOI: 10.1016/j.jep.2016.12.022. PMID: 27988401.
  4. Wu G, Wen M, Sun L, Li H, Liu Y, Li R, Wu F, Yang R, Lin Y. Mechanistic insights into geniposide regulation of bile salt export pump (BSEP) expression. RSC Advances. 2018;8(65):37117-37128. DOI: 10.1039/C8RA06345A. PMID: 35557817.
  5. Hsueh TP, Tsai TH. Preclinical Pharmacokinetics of Scoparone, Geniposide and Rhein in an Herbal Medicine Using a Validated LC-MS/MS Method. Molecules. 2018;23(10):2716. DOI: 10.3390/molecules23102716. PMID: 30360359.
  6. Li W, Huang D, Luo Z, Zhou T, Jin Z. Yinchenhao Decoction Mitigates Cholestatic Liver Injury in Mice via Gut Microbiota Regulation and Activation of FXR-FGF15 Pathway. Pharmaceuticals. 2025;18(7):932. DOI: 10.3390/ph18070932. PMID: 40732223.

다음 편에서는 황백+창출(이묘산)로 넘어갑니다. 황백의 berberine·phellodendrine 계열과 창출의 atractylodin·sesquiterpene 계열이 "둘 다 항염이니 시너지"라는 손쉬운 설명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군약과 신약의 역할을 실험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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