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올바르게 알기

'사약'은 정말 다른 약을 특정 장기로 데려갈까?

Aron이 드리는 정보의 바다 2026. 9. 30. 13:33

'사약'은 정말 다른 약을 특정 장기로 데려갈까?

인경을 신비한 길잡이 대신 조직분포와 약동학으로 측정해 보니

"이 약재가 다른 약을 폐로 데려간다."

"이 약재가 약효를 머리로 끌어올린다."

전통의 인경(引經)과 사약(使藥)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이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약재가 주소를 알고 특정 장기로 이동시키는 것처럼 들립니다.

현대 약리학에서는 훨씬 구체적으로 바꿔 질문할 수 있습니다.

상대 성분의 흡수가 증가하는가? 혈중 AUC가 달라지는가? 특정 조직 농도가 높아지는가? P-gp 같은 efflux transporter가 변하는가? BBB permeability가 달라지는가?

이렇게 측정하면 '길을 안내한다'는 말을 실험 가능한 가설로 바꿀 수 있습니다.


1. 길경을 넣자 형개 pulegone의 AUC가 실제로 증가했다

Zhang 등은 2025년 Journal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에서 도라지뿌리(길경)를 형개와 함께 투여하고 형개 정유의 pulegone을 추적했습니다.

병용 후 pulegone의 Cmax는 1.51배, MRT는 1.14배, AUC₀–10은 2.34배, AUC₀–∞는 3.86배 높았습니다.

반감기는 연장됐고 clearance와 제거속도상수는 단독군의 약 절반으로 감소했습니다. Zhang Y et al. Journal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2025;45(5):1040-1047.

이것만으로도 길경이 상대약의 PK를 바꿀 수 있다는 직접근거가 됩니다.


2. 더 중요한 것은 혈액이 아니라 폐 조직이었다

같은 연구에서 pulegone의 여러 조직분포를 조사했습니다.

길경과 병용하면 조직별 pulegone 농도가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특히 폐에서 변화가 두드러졌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길경의 Yin-Jing, 즉 인경작용과 연결했습니다.

다만 폐농도 증가가 곧 폐질환 치료효과 증가는 아닙니다. 조직분포와 치료효과는 다음 단계에서 별도로 연결해야 합니다.


3. 길경·우슬을 빼 보니 처방 속 paeoniflorin PK도 달라졌다

Tang 등은 2017년 African Journal of Traditional,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s에서 혈부축어탕의 11개 약재 가운데 전통적으로 인경약으로 간주되는 길경과 우슬을 제거하는 remove-one design을 사용했습니다.

전체 처방, 길경 제거, 우슬 제거, 둘 다 제거를 비교한 결과 길경과 우슬이 들어 있는 경우 paeoniflorin의 흡수량과 흡수속도가 증가하고 혈액에서의 제거도 빨라지는 방향이 나타났습니다. Tang SQ et al. 2017;14(4):289-296.

즉 '사약'을 연구할 때는 실제로 빼 보고 무엇이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뇌 쪽에서는 빙편의 BBB 연구가 가장 직접적이다

Yu 등은 2013년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서 borneol을 쥐에게 0.1 또는 0.2 g/kg으로 7일 투여한 뒤 Rh123의 뇌분포를 측정했습니다.

Borneol은 hippocampus와 hypothalamus에서 Rh123 전달을 증가시켰고, 이 부위에서 Mdr1a/Mdr1b 및 Mrp1 발현 감소가 관찰됐습니다.

0.2 g/kg에서는 tight junction 구조변화도 관찰됐습니다.

또 borneol 자체의 분포는 cortex가 가장 높고 striatum이 가장 낮아 뇌 전체가 똑같이 열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Yu B et al.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13;150(3):1096-1108.


5. 인경을 '표적 약물전달'과 완전히 같은 개념으로 보면 안 된다

현대 drug delivery에서 targeting은 receptor ligand, nanoparticle surface, local administration처럼 명확한 전달체계를 뜻할 수 있습니다.

전통의 인경은 훨씬 넓은 기능개념입니다.

현대적으로는 사례에 따라 장흡수 변화, 혈류·미세순환 변화, 수송체 억제, BBB permeability, 대사속도, 조직결합 등 서로 다른 기전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경=P-gp 억제라는 하나의 공식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6. '사약'은 마지막에 들어가는 작은 약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기능이다

군신좌사에서 사약은 흔히 처방을 조화하거나, 특정 부위로 작용을 이끈다고 설명됩니다.

이를 현대적으로 검증하려면 사약 포함 처방과 사약 제거 처방을 비교해 상대 성분의 조직별 AUC, Cmax, brain/plasma 또는 lung/plasma ratio, 대사체, 효능이 달라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이끈다"는 말을 데이터로 바꿀 수 있습니다.


임상에서는 '이 약을 넣으면 다른 약이 폐나 뇌로 간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임상에서 환자에게 설명한다면 저는 인경을 GPS처럼 설명하지 않습니다.

길경과 형개의 쥐 연구에서 폐분포 증가가 관찰됐고 borneol에서는 BBB 관련 변화가 확인됐지만, 모든 약재와 모든 성분에 같은 현상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BBB를 변화시키는 물질은 치료효과뿐 아니라 원치 않는 물질의 CNS 노출도 바꿀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길경-형개 사례와 borneol 사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것을 증명합니다. 하나는 넣었을 때(길경 병용), 다른 하나는 뺐을 때(길경·우슬 제거) 상대 성분의 조직분포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넣기와 빼기라는 반대 방향의 실험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 인경 개념의 근거를 특히 단단하게 만듭니다.

인경 전체 이론이 하나의 기전으로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부 약재에서 상대 성분의 PK·조직분포·수송체가 실제로 달라진다는 직접근거는 존재합니다. 굳이 등급을 매기면 B+에서 A에 가까운, 특정 사례에 한정된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편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약을 그곳으로 데려간다'는 전통 표현은 조직별 농도를 측정하는 순간 검증 가능한 과학적 질문이 됩니다.


참고문헌

  1. Zhang Y, Liu H, et al. Effect of Jiegeng on Jingjie "Yin-Jing" into the lungs based on pharmacokinetics. Journal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2025;45(5):1040-1047. DOI: 10.19852/j.cnki.jtcm.2025.05.010.

  2. Tang SQ, Chen YH, Chen XP, Zhang XD, Huang W. In vivo effect of guiding-herb Radix Platycodonis and Radix Cyathulae on paeoniflorin pharmacokinetics of Xuefu Zhuyu Tang in rats. African Journal of Traditional,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s. 2017;14(4):289-296. DOI: 10.21010/ajtcam.v14i4.32. PMID: 28638892.

  3. Yu B, Ruan M, Dong X, Yu Y, Cheng H. The mechanism of the opening of the blood-brain barrier by borneol: a pharmacodynamics and pharmacokinetics combination study.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13;150(3):1096-1108. PMID: 24432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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