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황은 하나인데, 처방마다 곁에 세운 약재는 왜 달랐을까
마황은 하나인데, 처방마다 곁에 세운 약재는 왜 달랐을까
한약재 바로 알기 · 제1장 해표약 · 제1절 발산풍한약 · 마황(麻黃)
코를 아무리 풀어도 숨길이 꽉 막혀 있습니다. 기침이 시작되면 가슴까지 답답하고, 몸은 으슬으슬한데 땀은 나지 않습니다. 또 다른 날엔 열이 오르면서 숨이 가빠지고, 어떤 날은 콧물이 멈추지 않으면서 헛구역질까지 납니다. 흔히 "감기"라는 한 단어로 묶이지만,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렇게 제각각입니다.
이상한 건, 이 서로 다른 양상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약재가 하나 있다는 겁니다. 마황입니다. 그런데 한의사들은 마황 하나만 쓴 게 아니라, 매번 다른 약재를 하나씩 더 붙였습니다. 열이 날 때는 마황에 석고를, 콧물과 헛구역질이 겹칠 때는 마황에 오미자를, 부종이 겹칠 때는 마황에 생강과 대추를 붙였습니다. 왜 매번 짝이 바뀌었을까요. 현대적인 성분 분석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이런 조합을 알아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두 가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마황이 혼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일이 현대적으로는 어떤 작용으로 이해되는지입니다. 그런 다음에야 "왜 매번 다른 짝을 불렀는가"라는 원래 질문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마황이 혼자 하는 일 — 땀, 숨, 부기
마황은 뿌리나 열매가 아니라, 초마황·중마황·목적마황이라는 식물의 줄기를 씁니다. 학명은 각각 Ephedra sinica, Ephedra intermedia, Ephedra equisetina입니다.[1] 본초학에서는 그 성질을 '따뜻하고, 맵고 조금 쓰며, 폐와 방광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합니다.[2] 여기서 '따뜻하다'는 뜨겁게 데워 먹으라는 말이 아니라 추위를 심하게 타는 증상과 연결된 전통적 표현이고, '폐·방광 귀경'도 성분이 그 장기에만 도착한다는 뜻이 아니라 호흡과 수분 처리에 관련된 쓰임을 모아놓은 분류에 가깝습니다.
전통적으로 마황이 혼자 하는 일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땀을 내어 오한과 몸살을 푸는 일, 숨이 가쁜 걸 가라앉히는 일, 몸이 붓는 걸 줄이는 일. 본초학 용어로는 발한해표·선폐평천·이수소종이라 부릅니다.
발한해표는 몸을 웅크리게 하는 오한과 몸살을 땀이 살짝 나도록 풀어주는 방향입니다. 마황탕을 먹었을 때 고전 기록이 설명하는 것도 흠뻑 젖을 정도가 아니라 땀이 약간 나는 정도입니다.[3] 선폐평천은 숨이 드나드는 길을 편하게 해주는 쪽이고, 이수소종은 소변 등 수분 처리를 도와 부기를 가라앉히는 쪽입니다. 다만 몸이 붓는 원인은 다양해서, 이 전통적 쓰임만으로 마황을 모든 부종에 맞는 이뇨제로 보지는 않습니다.
같은 성분인데 왜 코는 막고 기관지는 열어줄까
여기서 등장하는 현대적 단서가 에페드린입니다. 마황에는 에페드린과 슈도에페드린을 비롯한 여러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름은 비슷해도 서로 다른 물질입니다.
코가 계속 막히는 이유 중 하나는 콧물뿐 아니라 코 안쪽 점막의 혈관이 늘어나고 조직이 부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혈관을 수축시켜 부기를 줄이면 숨길에 여유가 생기는데, 코막힘약에 쓰이는 슈도에페드린이 이런 방식으로 작용합니다.[4] 기관지는 반대입니다. 기관지 둘레의 평활근이 조여 있으면 공기 통로가 좁아지는데, 에페드린의 기관지확장 작용은 이 조여진 근육을 풀어주는 쪽으로 이해됩니다.[5]
같은 성분이 혈관에서는 수축을, 근육에서는 이완을 일으키는 이유는 교감신경 수용체 때문입니다. 에페드린은 이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면서 신경 말단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호물질이 나오게 돕는데, 조직마다 반응하는 수용체의 종류와 배치가 다르기 때문에 혈관과 근육이 반대로 반응합니다. 이 작용은 코와 기관지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심장박동과 혈압, 수면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숨길에 대한 작용과 두근거림·불면 같은 부작용은 사실 같은 뿌리에서 나옵니다.[6]
그런데 왜 처방마다 다른 짝을 데려왔을까
여기서 처음 질문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에페드린 하나로 발한해표·선폐평천·이수소종을 전부 설명할 수 있다면, 어떤 감기든 마황 하나면 충분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처방은 그렇게 쓰이지 않았습니다. 마황에 붙는 약재가 증상에 따라 계속 바뀌었다는 건, 마황 혼자서는 설명이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상한론》의 마황탕은 머리와 몸·관절이 아프고, 열이 나며 바람을 싫어하고, 땀이 나지 않으면서 숨이 가쁜 증상을 다룹니다. 구성은 마황·계지·행인·자감초입니다.[3] 여기서 계지는 마황과 같은 방향, 즉 땀을 내어 겉을 푸는 쪽으로 함께 움직입니다. 몸살과 오한이 심한데 땀구멍이 꽉 막혀 있을 때, 마황 혼자보다 둘이 같은 방향으로 밀어주는 쪽을 선택한 셈입니다.
그런데 마행감석탕에서는 계지가 빠지고 대신 석고가 들어갑니다. 구성은 마황·행인·자감초·석고입니다.[3] 성질로 보면 마황은 따뜻하고 석고는 차갑습니다. 왜 따뜻한 약에 차가운 약을 더했을까요. 한 가지 추측은, 열이 겹친 증상에는 단순히 열을 꺼줄 약재가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추측은, 마황만 썼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을 옛사람들이 경험으로 알고 그걸 눌러주려 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어느 쪽이 맞는지 확정할 수 있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대 연구도 석고가 에페드린의 작용을 없애거나 두근거림을 막아준다는 근거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석고는 열을 다스리는 쪽, 마황·행인은 호흡을 다스리는 쪽으로 각자의 역할을 맡았다고 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더 정확한 설명입니다. 다만 이 조합이 수백 년 동안 반복해서 선택됐다는 사실 자체는, 우리가 아직 다 설명하지 못한 경험적 지혜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소청룡탕은 또 다른 짝을 선택합니다. 구성은 마황·계지·작약·세신·건강·반하·오미자·자감초입니다.[7] 여기서 다루는 건 '수음', 즉 몸속 수분이 원활히 처리되지 않아 맑고 묽은 콧물이나 헛구역질, 기침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후대 해설은 건강·세신·반하를 이 수음을 다스리는 쪽으로, 오미자와 작약을 흩어지는 기운을 거두는 쪽으로 설명합니다.[8] 마황으로 밖으로 풀어주면서 오미자로 다시 거둬들이는, 서로 반대 방향의 약재를 한 처방에 같이 둔 셈입니다. 마황탕의 계지가 '같은 방향으로 미는' 짝이었다면, 소청룡탕의 오미자는 '풀어준 걸 다시 붙잡는' 짝입니다.
월비탕은 부종을 다룹니다. 《금궤요략》에 나오는 구성은 마황·석고·생강·대추·감초입니다.[9] 생강과 대추는 소화기를 보호하고 조화시키는 역할로 흔히 설명되는 약재입니다. 마황을 몸의 겉을 푸는 데만 쓴 게 아니라 수분과 부기를 다루는 쪽에도 배합했다는 사례이면서, 동시에 마황이 몸에 줄 수 있는 부담을 다른 약재로 받쳐준 조합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마황과 짝을 이룬 약재는 네 가지 다른 역할을 맡았습니다. 계지처럼 같은 방향으로 함께 밀어주는 역할, 석고처럼 반대 성질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 오미자처럼 풀어놓은 걸 다시 거둬들이는 역할, 생강·대추처럼 몸을 보호하고 다독이는 역할입니다. 마황 하나의 이름보다, 누구와 함께 썼는지를 봐야 처방이 비로소 읽힙니다.
성분과 처방을 같은 줄에 놓지 않기
여기서 한 가지 조심할 지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짝짓기는 전통적 해석과 성질 이론에 근거한 것이고, 에페드린이라는 단일성분의 약리작용과 처방 전체의 효과는 다른 층위입니다. 연구를 볼 때도 어떤 재료를 썼는지 구별해야 합니다. 일본의 마황탕 계열 제제인 마오토는 마황·행인·계피나무 껍질·감초의 추출물을 쓰는데, 이 추출물을 다룬 연구에서는 V-ATPase를 억제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을 막는 작용이 보고됐습니다.[10] 국내에서 계지를 넣어 달인 탕약과 원료·배합·제조법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습니다. 2012년 계절성 독감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무작위 비교시험에서는, 마오토군과 오셀타미비르군의 발열 지속시간에 차이가 보고됐지만 전체 증상 점수와 바이러스 검출 지속 정도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11] 2021년 보험자료를 이용한 관찰연구에서는 항바이러스제에 마오토를 더했을 때 독감 진단 후 7일 이내 입원이 줄었다는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12] 특정 제제를 사람에게 연구한 자료가 있다는 것과, 그 결과를 일반적인 코감기·기침감기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겪은 그 증상은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면, 완전한 답은 아직 없습니다. 석고가 정말 에페드린의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더해진 건지, 단순히 열을 끄기 위한 선택이었는지는 고전 기록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옛사람들이 마황 하나로 밀고 나가지 않고 매번 증상의 조합을 보고 다른 역할의 약재를 불러왔다는 점입니다. 그 경험이 쌓여 네 가지 서로 다른 처방으로 남았고, 현대 약리학은 그중 일부 — 왜 코는 막히고 기관지는 열리는지는 설명해주지만, 왜 하필 그 약재를 선택했는지까지는 다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이 간극을 아는 것이 실제로도 중요합니다. 에페드린이 교감신경 수용체를 통해 심장박동·혈압·수면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걸 알고 나면, 감기약과 마황 함유 한약을 함께 먹을 때 성분이 겹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13] 카페인이나 각성 성분, 다른 마황 함유 제제를 더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혈압·심장질환·갑상선질환이 있거나 임신·수유 중이거나 어린이에게 쓸 경우, 그리고 MAO 억제제 계열 항우울제·갑상선호르몬제·테오필린 계열 약과 함께 쓸 경우에는 제품별 주의사항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13] 두근거림·떨림·불면이 나타나면 '약이 듣는 과정'으로 넘기지 말고 복용을 중단한 뒤 상담하고, 심한 숨참이나 흉통은 즉시 진료가 필요한 신호입니다.
처음의 질문 — 마황은 하나인데 왜 처방마다 다른 약을 곁에 세웠을까 — 에 대한 가장 정직한 답은, 그 선택 하나하나가 "이 증상엔 무엇이 더 필요한가"를 수백 년간 반복해서 물은 결과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그 답의 절반쯤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절반이 아직 열려 있다는 것 — 이 두 가지를 같이 아는 것이 마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에 더 가깝습니다.
다음 약재는 계지입니다. 마황탕에서 마황과 같은 방향으로 밀어줬던 그 계지가, 계지탕에서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습니다.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고전·본초·처방
[1]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BRIS 약재은행 '마황'. 기원·성분 자료. https://www.bris.go.kr/portal/book/kiomRsrcDetailPage.do?menuId=125&pMenuId=&rscSno=2-24-0173
[2]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생약정보 '마황'. 성미·귀경. https://www.kmcric.com/database/herb_list?id=89&search_word=%EB%A7%88%ED%99%A9
[3] 포라메디카 본초각론 '행인'의 마황탕·마행감석탕 고전 인용·배합례. https://foramedica.net/archives/7151 / 《상한론》 마황탕 조문 발췌: https://ctext.org/text.pl?if=gb&node=282105&show=parallel
[7] 약학정보원 《방약합편》 소청룡탕 구성·주치. https://health.kr/researchInfo/herbalMedicine3_detail.asp?idx=252
[8] 《어찬의종금감》 권3 소청룡탕 방해. https://ctext.org/wiki.pl?chapter=683534&if=gb
[9] 《금궤요략》 수기병맥증병치 제14, 월비탕 관련 원문 발췌. https://ctext.org/jinkui-yaolue/14 / 약학정보원 월비탕 자료: https://health.kr/researchInfo/herbalMedicine2_detail.asp?idx=12
현대 약리·임상연구·주의사항
[4] NHS. Common questions about pseudoephedrine. https://www.nhs.uk/medicines/pseudoephedrine/common-questions-about-pseudoephedrine/
[5] DailyMed. Ephedrine sulfate injection, 12.1 Mechanism of Action. https://dailymed.nlm.nih.gov/dailymed/lookup.cfm?setid=c8af7bb5-41da-4f8c-8acd-f489892a0d72
[6] DailyMed. BRONKAID MAX, ephedrine sulfate tablet. https://dailymed.nlm.nih.gov/dailymed/drugInfo.cfm?setid=9a0b792a-caee-41f6-9400-922a5ebd592f
[10] Maoto, a Traditional Japanese Herbal Medicine, Inhibits Uncoating of Influenza Virus. 2017.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5585631/
[11] Nabeshima S, et al.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comparing traditional herbal medicine and neuraminidase inhibitors in the treatment of seasonal influenza. J Infect Chemother. 2012;18:534–543. DOI: 10.1007/s10156-012-0378-7. https://pubmed.ncbi.nlm.nih.gov/22350323/
[12] Association between Maoto Use and Hospitalization for Seasonal Influenza in a Nonelderly Cohort in Japan. Internal Medicine. 2021. DOI: 10.2169/internalmedicine.6416-20. https://pubmed.ncbi.nlm.nih.gov/34719625/ (PMC 버전: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627799/)
[13] 약학정보원, 신텍스마행감석탕엑스과립 공개 허가사항. https://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A11A1470A0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