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서 나온 칼슘이 지모의 약효를 돕는다고? — 흡수 증가설에는 아직 빈칸이 있다
석고+지모 상수를 현대 약리학으로 읽다
1. 왜 이런 이야기가 생겼을까?
한약이라고 하면 대개 뿌리나 줄기, 씨앗 같은 식물 약재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천연 석고(석고)는 다릅니다. 식물이 아니라 주성분이 함수 황산칼슘인 광물성 약재입니다.
전통에서는 이 석고를 지모 뿌리줄기(지모)와 함께 쓰는 조합을 오래 활용해 왔습니다. 둘은 모두 열을 내리는 방향으로 설명됐고, 함께 사용해 그 작용을 돕는 관계로 이해됐습니다.
그런데 현대 약리학의 관점에서는 질문이 달라집니다. 칼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광물과 사포닌을 가진 식물을 함께 쓰면 실제로 무엇이 달라질까요?
흥미롭게도 동물실험에서는 석고량이 증가하면서 탕액의 calcium 농도가 높아지고 특정 약리효과도 강해지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반전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지모의 timosaponin AIII 흡수 증가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실제로 그 혈중농도가 석고 때문에 증가했는지는 직접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2. 전통 본초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했을까?
이런 관계는 상수(相須)의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相은 서로 관계한다는 뜻이고 須는 서로 필요로 하거나 기대는 관계를 나타냅니다.
전통적으로 상수는 비슷한 방향의 효능을 가진 약재를 함께 사용해 그 작용을 강화하는 관계로 설명합니다. 석고와 지모는 모두 청열(淸熱), 즉 과도한 열을 식히는 방향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현대적으로 상수를 반드시 “두 성분이 같은 수용체를 두 번 자극한다”라고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쪽이 직접 약리작용을 하고 다른 쪽이 그 작용을 증강하거나, 흡수 환경을 변화시키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석고와 지모에서는 바로 이 Ca²⁺와 지모 steroidal saponin의 상호작용 가능성이 중요한 연구 질문이 됩니다.
3. 첫 번째 약재에는 어떤 성분이 있을까?
천연 석고(석고, Gypsum Fibrosum)는 식물 추출물이 아니라 주로 CaSO4·2H2O, 즉 함수 황산칼슘으로 이루어진 광물성 약재입니다.
따라서 지모처럼 수십 종류의 유기 화합물을 중심으로 설명하기보다 calcium, 즉 Ca²⁺를 먼저 봐야 합니다.
칼슘은 단순히 뼈를 만드는 재료만은 아닙니다. 세포 안에서는 신호전달에 관여하고, 근육 수축과 신경전달, 분비 반응 등 다양한 생리현상을 조절하는 중요한 이온입니다.
석고를 물에 넣는다고 전체가 자유로운 Ca²⁺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황산칼슘은 물에 제한적으로 녹습니다. 그러나 실제 한약 탕액에서도 calcium이 측정되며, 석고가 들어가는 양이 증가하면 탕액의 calcium 농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조합에서 석고는 단순한 ‘돌가루’라기보다 탕액의 무기이온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약재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4. 두 번째 약재에는 어떤 성분이 있을까?
지모 뿌리줄기(지모, Anemarrhenae Rhizoma)에는 steroidal saponin과 xanthone 계열 성분 등이 들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steroidal saponin으로는 timosaponin BII, timosaponin BIII, timosaponin AIII 등이 있고, xanthone 계열에는 mangiferin과 neomangiferin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이번 약쌍에서 특히 중요한 성분은 timosaponin AIII입니다. Steroidal saponin은 스테로이드 골격에 당 구조가 결합한 사포닌 계열 화합물입니다.
Timosaponin 계열은 체내 흡수 측면에서도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timosaponin BII는 쥐에서 절대 생체이용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가공 과정에서는 일부 steroidal saponin의 구조가 변하면서 상대적으로 흡수되기 쉬운 형태가 증가할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모가 포함된 복합 탕액을 쥐에게 투여한 연구에서는 timosaponin BIII와 timosaponin AIII가 혈청에서 확인됐습니다. 즉 적어도 일부 지모 사포닌은 경구 투여 후 체내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5. 두 약재가 만나면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여기서 먼저 하나를 구분해야 합니다. 석고가 지모의 timosaponin AIII를 탕액 속에서 더 많이 만들어 내거나 더 많이 추출한다는 직접 근거는 현재 뚜렷하지 않습니다.
석고와 지모를 포함한 백호가계지탕을 이용한 동물 연구에서는 석고량을 단계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예상대로 탕액의 calcium 농도는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timosaponin AIII 함량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즉 석고를 많이 넣는다고 탕액 안의 timosaponin AIII 자체가 더 많아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특정 마우스 항알레르기 모델에서는 석고량이 많아질수록 효과가 강해지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지모를 제외하거나 석고를 제외했을 때 해당 모델에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반면, 석고+지모만 함께 달인 추출물은 전체 처방과 비슷한 방향의 항알레르기 효과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연구자들은 여기서 한 가지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석고에서 유래한 calcium이 장상피를 통한 지모 활성성분의 이동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가능한 설명입니다. 해당 연구에서 timosaponin AIII의 혈중 AUC나 Cmax를 직접 측정해 “석고 때문에 흡수가 증가했다”고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6. 현대 약리학으로 보면
지모 → timosaponin AIII 등 steroidal saponin → 약리작용 후보
+
석고 → 탕액 내 calcium 증가
↓
Ca²⁺ → 장상피 환경 및 물질 이동에 영향 가능
↓
지모 활성성분의 장 흡수 증가 가능성
↓
체내 노출 증가 가능 → 약리효과 증강 가능
↓
전통적인 상수와 연결
단, 이 화살표에서 ‘지모 활성성분의 장 흡수 증가’부터는 아직 가설 단계라는 표시가 필요합니다. 특히 “Ca²⁺가 timosaponin AIII의 AUC를 증가시켰다”고 표현하면 현재 직접 근거보다 앞서갑니다.
반대로 calcium과 timosaponin AIII가 기능적으로 서로 작용을 강화할 가능성에는 별도의 동물 근거가 있습니다.
1996년 streptozocin으로 당뇨를 유도한 마우스 연구에서는 지모 추출물과 여러 timosaponin을 조사했습니다. 그중 timosaponin AIII가 침 분비 촉진에 중요한 성분으로 나타났고, 낮은 용량의 timosaponin AIII와 CaCl2를 함께 투여했을 때 각각을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보다 침 분비 효과가 강화됐습니다.
따라서 석고+지모의 상수를 현대적으로 해석할 때는 두 가능성을 구분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하나는 calcium에 의한 흡수 증가 가설이고, 다른 하나는 calcium과 지모 사포닌 사이의 약력학적 작용 증강 가능성입니다.
7. 연구에서는 실제로 무엇이 관찰됐을까?
첫째, 1996년 Biological & Pharmaceutical Bulletin의 마우스 연구에서는 지모의 timosaponin AIII가 침 분비 촉진에 중요한 후보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timosaponin AIII와 calcium을 병용했을 때 단독보다 효과가 강화됐습니다. 이것은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약력학적 상호작용입니다.
둘째, 2014년 Journal of Natural Medicines의 마우스 연구에서는 석고 함량을 높일수록 탕액의 calcium 농도가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timosaponin AIII의 탕액 내 함량은 석고량에 따라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연구의 특정 항알레르기 모델에서는 석고가 많아지면서 효과가 증가했고, 석고나 지모를 각각 제외하면 효과가 약해졌습니다. 석고와 지모만 함께 추출한 조합에서는 항알레르기 효과가 관찰됐습니다.
연구진은 석고 유래 calcium이 지모 활성성분의 장 흡수를 촉진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timosaponin AIII의 혈중농도를 직접 측정해 이를 증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셋째, 2022년 복합처방의 쥐 약동학 연구에서는 경구 투여 후 지모 유래 timosaponin BIII와 timosaponin AIII가 혈청에서 확인됐습니다. Timosaponin AIII는 시간에 따라 두 번 농도 정점이 나타나는 이중피크 양상을 보였으며, 연구진은 장간순환이나 위장관 이동 등의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 역시 석고를 뺀 군과 직접 비교해 “석고가 timosaponin AIII의 AUC를 높였다”고 입증한 실험은 아닙니다.
8.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
가장 큰 빈칸은 석고의 calcium이 지모의 어떤 성분을 얼마나 더 흡수시키는가입니다.
현재 후보로 timosaponin AIII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석고+지모와 지모 단독을 직접 비교해 timosaponin AIII의 Cmax, AUC, 절대 생체이용률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보여 주는 충분한 직접 PK 근거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또한 calcium이 장상피의 어떤 수송 과정에 관여하는지도 이 약쌍에서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특정 P-gp나 CYP 효소를 핵심 기전으로 제시할 직접 근거 역시 부족합니다.
장내미생물이 지모 saponin의 변환에 관여할 가능성은 별도의 연구 주제가 될 수 있지만, 석고의 calcium이 장내미생물을 거쳐 지모 효과를 증강한다는 연결고리 역시 현재 이 약쌍의 직접 근거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 대상 자료가 부족합니다. 동물에서 calcium과 timosaponin AIII의 작용 증강이 관찰됐다고 해서 사람에서도 동일한 용량-반응 관계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9. 전통 설명과 현대 설명을 비교하면
전통에서는 석고와 지모를 비슷한 방향의 작용을 서로 강화하는 조합으로 이해했습니다.
현대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현상은 확인됩니다. 석고량이 늘면 탕액의 calcium은 증가하고, 특정 동물모델에서 지모와 석고를 함께 사용했을 때 단독보다 의미 있는 약리작용이 나타났습니다. 별도의 마우스 연구에서는 calcium이 timosaponin AIII의 작용을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중간 과정은 아직 모두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현대적으로 다시 표현하면, 석고+지모의 상수는 현재 “석고 유래 calcium과 지모 steroidal saponin이 약리작용을 서로 보완할 가능성이 있으며, calcium이 지모 활성성분의 장 흡수까지 높일 가능성이 제시된 조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찰과 기전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효과 증강은 관찰됐지만, 그 효과를 전부 ‘timosaponin AIII 흡수 증가’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아직 이릅니다.
옛사람은 Ca²⁺나 AUC를 측정하지 않았습니다. 반복되는 사용 결과를 통해 두 약재의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현대 약리학은 이제 그 사이를 무기이온 → 흡수 가능성 → 약력학적 상호작용 → 최종 효과라는 단계로 나누어 검증하고 있습니다.
10. 핵심 요약
- 석고는 주로 CaSO4·2H2O로 이루어진 광물성 약재이고, 지모에는 timosaponin AIII·BII·BIII와 mangiferin 등이 있습니다.
- 석고량을 증가시키면 탕액의 calcium은 증가하지만 timosaponin AIII 함량 자체가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 동물실험에서는 석고+지모 조합의 효과가 관찰됐고, 별도 연구에서는 calcium이 timosaponin AIII의 작용을 강화했습니다.
- 석고 유래 calcium이 지모 활성성분의 장 흡수를 증가시킨다는 가설도 제시됐지만 직접적인 timosaponin AIII PK 증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 따라서 석고+지모의 상수는 약력학적 보완 근거와 흡수 증가 가설을 구분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근거 수준
B — 석고와 지모를 직접 조합한 동물실험이 있고, calcium과 timosaponin AIII의 작용 증강도 동물에서 직접 관찰됐습니다. 탕액의 calcium 및 timosaponin AIII 함량도 분석됐습니다. 다만 석고가 timosaponin AIII의 장 흡수와 Cmax·AUC를 직접 증가시킨다는 약동학적 연결고리와 사람 대상 근거가 부족하므로 A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안전성 주의
이 글은 한약 배합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학술·교육용 콘텐츠입니다. 석고가 calcium을 함유한다는 사실이나 동물실험에서 지모와의 상호작용이 관찰됐다는 사실을 개인의 칼슘 보충이나 자가 배합 근거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광물성 생약은 의약품용 품질관리와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며, 실제 한약 사용은 개인의 질환과 복용 약물을 고려한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참고자료
- Interaction of gypsum and the rhizome of Anemarrhena asphodeloides plays an important role in anti-allergic effects of byakkokakeishito in mice. Journal of Natural Medicines. 2014.
- Metabolic profiling and pharmacokinetic studies of Baihu-Guizhi decoction in rats by UFLC-Q-TOF-MS/MS and UHPLC-Q-TRAP-MS/MS. Chinese Medicine. 2022.
- Wang X, et al. Comparison of the pharmacokinetics of timosaponin AIII, timosaponin BIII, and mangiferin extracted from crude and salt-processed Anemarrhenae Rhizoma by UPLC-MS/MS. RSC Advances. 2023.
- Interpreting the efficacy enhancement mechanism of Chinese medicine processing from a biopharmaceutic perspective. Chinese Medicine. 2024.
다음 글 예고
14번에서는 광물성 약재의 Ca²⁺가 식물성 약재의 작용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15번에서는 다시 전혀 다른 형태의 상호작용으로 넘어갑니다.
마황 줄기(마황)+계피나무 어린 가지(계지)입니다. 마황의 ephedrine과 pseudoephedrine은 몸에 들어간 뒤 혈중농도가 시간에 따라 변합니다. 그런데 계지를 함께 쓰면 이들의 Cmax와 AUC 같은 약동학 지표까지 달라질 수 있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효과가 강해진다”는 상수를 실제 혈중농도 변화와 분리해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