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올바르게 알기

도라지와 전호가 '위로 열고 아래로 내린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확인됐을까?

Aron이 드리는 정보의 바다 2026. 9. 26. 13:22

도라지와 전호가 '위로 열고 아래로 내린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확인됐을까?

기전 연구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 같은 '전호'가 같은 식물인가?

도라지뿌리(길경)와 전호뿌리(전호)는 호흡기 배합을 설명할 때 매우 매력적인 조합입니다.

길경은 폐의 기운을 펼치고 위로 열어 준다.

전호는 기를 아래로 내려 담을 삭인다.

그래서 하나는 위로, 하나는 아래로 움직여 호흡기를 조절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분자기전으로 옮기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전호라는 이름 아래 연구되는 식물의 기원이 자료와 국가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중국의 Qianhu 연구에서 중심이 되는 식물은 Peucedanum praeruptorum이다

Wang 등은 2024년 Frontiers in Pharmacology 리뷰에서 중국의 Bai Hua Qian Hu를 Peucedanum praeruptorum Dunn의 뿌리로 정리했습니다.

이 식물에서는 praeruptorin A·B를 포함해 119종 이상의 phytochemical이 보고됐으며, coumarin 계열이 중요한 성분군입니다. 호흡기 분야에서는 기침·천식·염증과 관련된 단독 연구들이 축적돼 있습니다. Wang Q et al. Frontiers in Pharmacology. 2024;15:1352657.


2. 국내 전호 기원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국내 자료에서 전호의 기원은 하나로만 단순화하기 어렵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자료에서는 대한민국약전의 전호를 Peucedanum praeruptorum 또는 Angelica decursiva의 뿌리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국내 전통지식 자료에는 Anthrisci Radix로 분류된 전호 자료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중국 논문의 Qianhu 결과를 가져올 때는 논문에서 실제 사용한 botanical source를 확인해야 합니다.

약재 이름 한글 두 글자가 같다고 같은 chemical profile이라고 가정하면 안 됩니다.


3. 길경은 platycodin 계열이 중심이다

도라지뿌리(길경·Platycodonis Radix)는 Platycodon grandiflorum의 뿌리입니다.

2024년 리뷰에서는 도라지에서 219개의 성분이 정리됐고, 그 가운데 saponin이 89종으로 가장 큰 성분군이었습니다. Platycodin 계열은 거담·항염 연구에서 특히 많이 다뤄집니다.

즉 현대화학에서 보면 길경(triterpenoid saponin 중심)과 전호(P. praeruptorum 기준, pyranocoumarin 중심)라는 상이한 성분군이 만납니다.


4. 그러나 '위로+아래로'라는 역할분담을 직접 시험한 약쌍 연구는 부족하다

길경과 전호가 함께 등장하는 전통 처방은 존재하고, 각각 호흡기에 관한 단독 약리연구도 풍부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배합이론에서 원하는 것은 길경 단독, 전호 단독, 길경+전호를 비교해 기도 점액, 섬모운동, 기침빈도, 기관지저항, 성분 PK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실험입니다.

이런 pair-specific 직접 자료는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따라서 길경은 위로, 전호는 아래로 간다는 전통적 기능설명을 "길경 성분은 상기도로 가고 전호 성분은 하기도로 간다"는 조직분포 주장으로 바꾸면 안 됩니다.


5. 오히려 길경의 '인경' 가능성은 다른 약쌍에서 직접 연구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길경 자체가 다른 약재의 성분분포를 바꾸는지는 최근 직접 연구됐습니다.

Zhang 등은 2025년 Journal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에서 길경과 형개를 함께 투여했을 때 형개의 pulegone을 추적했습니다.

병용군의 pulegone Cmax, MRT, AUC가 단독군보다 증가했고, 특히 폐 조직의 노출이 증가했습니다.

이 결과는 길경의 '위로 끌어올린다'는 비유를 그대로 증명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성분의 조직분포를 실제로 바꿀 수 있는지 측정하는 실험방식을 보여 줍니다.

길경+전호도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연구해야 합니다.


임상에서는 '기침이면 위로·아래로 조절하면 된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임상에서 환자에게 설명한다면 저는 길경+전호를 기침의 방향을 조절하는 단순한 약쌍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기침은 감기뿐 아니라 천식, 폐렴, 역류성 질환, ACE inhibitor, 심부전 등 원인이 다양합니다.

또 어떤 전호 식물을 사용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외국 논문의 기전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품질관리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번 편의 흥미로운 지점은, 이 약쌍 자체보다 "이 약쌍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방법론"이 이미 다른 곳에서 쓰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길경+형개 연구가 보여준 것처럼, "인경한다"는 말은 병용 전후 조직별 Cmax·AUC를 재는 순간 검증 가능한 질문으로 바뀝니다. 길경+전호에는 아직 그 실험이 없을 뿐, 방법 자체는 이미 증명돼 있는 셈입니다.

두 단일약재의 호흡기 약리는 풍부하지만 길경+전호 그 자체를 직접 비교한 현대 배합연구는 부족합니다. 굳이 등급을 매기면 D에서 C 사이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 가장 중요한 결론은 기전보다 먼저 이것입니다. 한약 배합 연구의 첫 단계는 약효가 아니라 '내가 연구하는 약재가 정확히 어떤 식물인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1. Wang Q, Sun Q, Huang Q, Qin L, Zhu B. The traditional uses, pharmacology, and phytochemistry of Peucedanum praeruptorum Dunn. Frontiers in Pharmacology. 2024;15:1352657. DOI: 10.3389/fphar.2024.1352657. PMID: 38633612.

  2. Ethnopharmacology, phytochemistry, pharmacology and product application of Platycodon grandiflorum: A review. Chinese Herbal Medicines. 2024. DOI: 10.1016/j.chmed.2024.01.005. PMID: 39072195.

  3. Zhang Y et al. Effect of Jiegeng (Radix Platycodi) on Jingjie (Herba Schizonepetae Tenuifoliae) "Yin-Jing" into the lungs based on pharmacokinetics. Journal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2025;45(5):1040-1047. DOI: 10.19852/j.cnki.jtcm.2025.05.010.